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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한 죽음’을 준비합니다”

아름다운 생의 마무리 '호스피스 완화의료'

  • 기사입력 : 2014-11-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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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명치료 대신 품위있는 죽음을

    말기 암 진단 이후 남은 6개월의 삶. 가슴에 묻어둔 말도 많고 가족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슬픔을 견딜 수 없다. 지금까지 잘해 주지도, 사랑한다는 표현도 못했는데 후회스럽다. 암으로 인한 통증도 참아야 하고, 죽음의 두려움도 이겨내야 한다. 가족과 지인에게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를 풀어내고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 무엇보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으며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대부분의 말기 암환자의 마음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평균 수명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암에 걸릴 확률은 3분의 1이다. 암환자의 절반 이상은 임종을 앞둔 2~3개월간 암성 통증을 동반한 고통을 겪게 된다.

    최근 웰-다잉(Well-dy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말기 암 환자에게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연명치료보다는 인간다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 해답을 바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 찾을 수 있다.



    ◆죽음의 질 향상시키는 ‘돌봄’

    호스피스는 중세 유럽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성지 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작은 교회에서 유래됐다.

    아프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장소를 제공하고 간호를 베풀어 준 것이 효시로, 현대에 와서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통증 및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완화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낯선 표현이었지만 최근 많이 알려지고 또 인식이 바뀌면서 호스피스라는 단어는 낯설지가 않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질병의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이고 환자의 통증을 포함한 증상을 조절해 보다 나은 생의 마지막과 죽음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인적이고 총체적인 돌봄이라 할 수 있다.



    ◆전문의·환자·가족들 협의하에 진행

    과거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일단 가면 죽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창원 파티마병원도 호스피스 병동 개설 초기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권유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입원을 거부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호스피스 입원 후 생활을 하다 보면 통증 조절이 잘될 경우 퇴원도 하고, 통증 관리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여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며 마음을 나누는 곳, 생의 마지막 길이 혼자 가는 소외되고 외로운 길이 아니라 모두를 보듬어 함께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에는 환자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을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고, 한 번 입원했던 환자들은 재입원시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일반 병동의 입원을 꺼릴 정도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자 선정은 전문 분야의 의사 2인의 판단에 따른다. 환자와 가족이 진단과 예후를 알고 있고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동의해야 하며, 의식이 없거나 치매 등으로 본인의 판단이 곤란한 경우에는 가장 가까운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대상자는 예상 기대 여명이 6개월 미만인 환자로 적극적인 항암치료(수술, 약물요법 등)의 시행이 환자의 회복에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판단되고 환자의 전신 상태가 점차 악화돼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말기 암환자이다.

    물론 암환자가 아닌 말기 만성 질환자도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현재 파티마 병원 호스피스에서는 병상 및 인력 부족으로 암환자를 제외한 말기 만성질환자는 돌보지 못하고 있다.



    ◆환자 심리 안정과 증상 완화에 노력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에서는 환자의 통증관리를 비롯해 사회적, 심리적, 영적 돌봄을 위해 전문 자격을 갖춘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를 팀 구성원으로 환자에게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한다.

    이렇게 구성된 호스피스 완화 의료팀은 주기적인 만남과 회의를 통해 환자와 가족 중심의 개별화된 의료계획을 수립하고 치료 결정에 환자와 가족 모두를 참여하게 한다.

    또한 환자의 심리적 안정과 증상 완화를 위해 미술치료, 가족교육, 원예, 아로마, 웃음, 음악요법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멀어지거나 상처받은 마음들도 가족 상담을 통해 미안했던 마음들을 나누고 가족과 환자 모두가 편안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오게 되면 편안한 분위기의 임종실을 제공해 가족들과 함께 품위 있고 존엄한 분위기의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고 있다.

    한편 고인을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들이 상실의 아픔을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사별가족 지지모임을 열고 있다. 파티마병원에서는 6개월마다 열리는 사별가족 지지모임을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가족들이 모여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해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시설 부족…도내는 2곳뿐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설은 그에 못 미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에서 사망하고 있는데, 2012년 기준으로 7만3000여명의 암 사망자 중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혜택을 받는 경우는 12%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호스피스 병상이 약 2500개는 돼야 수요를 충족할 수 있지만,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은 54개·868병상이고, 경남지역에는 창원파티마병원과 진주 경상대병원 두 곳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보다 많은 말기 암 환자들이 생을 품위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문재 기자 mjlee@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장성훈 과장

    [사진설명]  창원파티마병원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이 의료진과 함께 웃음요법을 하고 있다.(사진 위)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이 음악요법을 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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