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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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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취재] 소나무 재선충 (2) 효율적 방제 대책은 없는가

소나무 재선충, 국가적 재난 넘어 전 세계 산림 재앙
훈증처리 방식 효과 입증… 방제 매뉴얼 지켜야 ‘약효’

  • 기사입력 : 2015-10-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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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무 재선충이 처음 국내에서 발견된 후 2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소나무 재선충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 있다.
     
    재선충이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재선충 확산 경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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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사기에 약제를 투입해 사람이 직접 소나무에 분사하는 방법으로 소나무 재선충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솔수염하늘소에 의한 자연적 확산보다는 인간에 의한 인위적 확산이 더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솔수염하늘소가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200m로 오로지 자연적 확산만으로는 짧은 기간에 넓은 면적을 감염시킨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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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

    재선충 확산 일로에 있던 2000년대 초중반, 감염된 숲 인근 주민들이 감염목을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즉, 감염된 소나무가 인간에 의해 수십㎞나 떨어진 지역으로 옮겨지는 것. 이러한 방식으로 이식에 성공하면, 옮겨진 지역을 중심으로 매개충에 의한 자연적 확산이 일어났다.

    ◆소나무 재선충 방제의 특이성= 소나무 재선충 방제의 특이성은 ‘100% 살충이 아니면 효과가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일단 감염되면 아무리 좋은 약제를 써도 물과 양분이 통하는 가도관(헛물관)을 재선충이 모두 막고 있어 나무 전체에 약제의 유효 성분이 전달되지 못한다. 때문에 99% 살충효과를 가지더라도 나머지 1%가 살아남아 솔수염하늘소를 매개로 새로운 소나무로 이동하면 이듬해 또다시 급격하게 개체수가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방제의 초점은 재선충에 대한 직접적 방제보다는 매개충이 산란하는 고사목을 없애거나, 매개충 자체를 억제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따라서 현재 각 지자체는 소나무 무단이동을 차단하기 위한 이동단속 초소 운영, 고사목 파쇄, 매개충 포획 등의 방제 방법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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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 방제’ 방법 중 하나인 감염목 벌채.


    ◆다양한 방제 방법= △벌채·파쇄: 감염목을 파쇄기에 넣고 분쇄하는 방법. 매개충 유충 제거를 위해 직경 1.5㎝의 아주 작은 나무조각으로 잘게 파쇄한다. 깔끔하게 감염목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우수한 방제법이지만 임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야산에 서식하는 소나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 파쇄할 적당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진주에서는 감염목을 파쇄하던 인부가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안전사고의 위험도 상존한다.

    △소각: 직경 2㎝ 이상 잔가지까지 감염목을 모아 태우는 방법이다. 감염된 소나무를 남김없이 전소시키는 완벽한 방제 방법이기는 하지만 나무를 한데 모으는 집재의 어려움이 있다. 또 나무가 잘 타는 겨울에만 소각이 이뤄져 처리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 이 기간은 산불의 위험성이 커 극히 제한적으로 쓰인다.

    △항공방제: 매개충 우화 시기인 4~7월 헬기를 이용해 약제를 분사하는 방법이다. 보름 단위로 3번 방제한다. 하지만 이때 사용되는 약제가 친환경 양봉이나 축산 농가, 가두리 양식업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관련업자 및 환경단체와 마찰을 빚는다. 도내에서는 지난해 하동군 진교면과 금남면 주민들이 항공방제를 거부해 이 일대 항공방제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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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 방제’ 방법 중 하나인 파쇄기로 분쇄.


    △지상방제: 분사기에 약제를 투입해 사람이 직접 소나무에 약제를 분사하는 방법이다. 항공방제가 불가능한 도심이나 민가가 밀집된 지역에 주로 쓰인다.

    △훈증처리: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제방법이다. 감염목을 벌채해 층층이 쌓아 약제를 뿌린 뒤 방수비닐로 감싼다. 약제가 목재와 반응을 일으켜 가스를 발생시키고, 감염목으로 침투해 매개충과 재선충을 죽인다.

    △페로몬 트랩: 4~10월 솔수염하늘소를 집합 페로몬으로 유인해 다중깔때기로 떨어지게 만들어 포획하는 방법이다. 곤충이 다른 개체를 불러모을 때 페로몬을 분비하는 것에 착안했다. 도내에서는 김해시가 처음으로 페로몬 트랩 설치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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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 방제’ 방법 중 하나인 항공방제.


    ◆훈증처리, 감리 역할이 중요= 이 중 가장 흔히 이용되는 방법은 ‘훈증’이다. 인력이 대거 투입돼 일일이 목재를 수거하고, 약제를 뿌려 방수비닐을 덮는 고단한 작업 때문에 일견 후진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훈증은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파쇄나 소각, 항공방제 등이 여러 가지 환경적, 사회적 부작용을 낳는 데 반해 꼼꼼하게만 처리한다면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김종갑 교수는 “훈증은 지금까지 밝혀진 방제 방법 중 꽤 우수한 방법이다”며 “그럼에도 매년 소나무 재선충병이 재발하는 이유는 방제법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방제 처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즉, 처리 과정에서 매개충이 산란을 할 수 있는 잔가지가 누락되거나, 사후에 감염목이 무단으로 옮겨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훈증처리 과정 전체를 감수할 감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북대 생물응용학과 이동운 교수는 “현장 관계자가 감리 역할을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경친화적 소재, 저가 방제제 탐색 등을 통해 새로운 방제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혀 새로운 방제책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므로 지금의 방제법을 보완하는 쪽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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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 방제’ 방법 중 하나인 약제 넣어 훈증처리.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줄여야= 아울러 전문가들은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연구와 이것이 직접 적용되는 현장의 괴리감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연구자가 제시한 매뉴얼대로 실무가 이뤄지면 문제가 없지만, 마구잡이식 인력 투입이나 방제 비용 부족 등으로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전국민적으로 재선충 확산을 막아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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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재선충 방제’ 방법 중 하나인 페로몬 트랩으로 포획.


    이창준 경북산림환경연구원 박사는 “보통 산주(山主)들은 비용이 드는 고사목 처리에 소극적인데, 고사목 방치는 솔수염하늘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꼴이 되고, 이는 재선충 확산의 빌미를 제공한다”며 “재선충 확산 방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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