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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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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역사문화 탐방 (10) 지리산 최고의 수행지 ‘묘향대’

반야봉 자락에 사방이 험로로 둘러싸인 반야성지
토끼봉~천왕봉 지리산 주능선 조망

  • 기사입력 : 2015-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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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봉 자락의 묘향대와 묘향암. 묘향암의 역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백 년 전부터 토굴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많은 도인들의 참선 수행지였다고 한다.


    ▲산중 절해고도의 수행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절집이 있는 지리산 묘향대, 그곳을 찾아가기란 여간 녹록지 않다. 반야봉 자락의 깊은 산중에 위치해 찾아가는 길도 멀고 험하다. 그래서 묘향대는 뭇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반야 성지로 불리며 지리산 최고의 수행지로 알려져 있다. 묘향대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아예 지리산 주능선에 올라서서 접근하거나 아니면 뱀사골에서 험한 계곡을 치고 올라야 한다.

    그나마 편한 길은 주능선 상의 삼도봉에서 반야봉 북사면 허리 길로 접근하는 것이다. 아니면 반야봉으로 올라 반야중봉 정상에서 북사면을 타고 내려 접근할 수도 있다. 뱀사골에서 접근하려면 뱀사골 상부에서 폭포수골이나 함박골을 타고 올라야 하는데, 길이 제대로 없고 험해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찾는 사람 많지 않은 마치 절해고도 속의 수행지 같은 묘향대다. 특히 겨울이 되면 묘향대는 고립무원이 된다. 한 번 눈이 쌓이면 길과 길 아닌 곳의 구분은 사라지고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할 수도 없을 만큼 온통 하얀 눈뿐이다. 그래서 한 발을 잘못 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일쑤여서 이곳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

    탐방팀의 접근로는 뱀사골에서 폭포수골이다. 폭포가 많아 폭포수골이라 불릴 만큼 가파르고 거칠다. 탐방팀은 뱀사골과 폭포수골을 거슬러 올라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 ‘박영발 비트’를 돌아보고 묘향대로 향한다. 박영발 비트에서 바로 위쪽의 사면길을 따라 20분가량 오르면 삼도봉 쪽에서 접근하는 허리 길을 만나고 여기서 다시 우측으로 15분가량 진행하면 묘향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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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향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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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향대 석간수

    ▲개운조사 머물렀던 반야성지 묘향대

    반야봉 자락의 반야성지 묘향대, 병풍같이 늘어선 암벽 자락에 제법 넓고 편평한 조망 좋은 터가 있고 그 한쪽에 절집이 자리하고 있다. 묘향대의 묘향암이다. 묘향암은 지리산 반야봉 북동자락 해발 1480m 고지에 위치한 은둔의 암자이다. 원래 사방 험로로 둘러싸여 인적조차 드문 곳이었지만 지금은 지리산 명소 중 한 곳이 돼 찾는 산객이 더러 있다.

    묘향암의 역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백 년 전부터 토굴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많은 도인들의 참선 수행지였다고 한다. 특히 죽음으로부터 해탈한 도인으로 알려진 개운조사께서도 한때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하는데, 그는 지리산에서 182세까지 살다가 나뭇가지 하나 붙잡고 꼿꼿이 선 채로 열반한 전설적인 도인으로 산사람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지금의 암자는 1970년대에 화엄사 한 스님이 불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탐방팀은 배낭을 풀어놓고 묘향대를 한 바퀴 돌아본다. 암벽을 병풍처럼 두르고 고색창연한 모습의 암자가 북향으로 고즈넉이 앉아있다. 오랜 세월 거친 풍우 속에 빛바래고 허름한 암자의 모습이 오히려 참선수행 도량으로서 이곳 형세에 더 조화롭게 어울려 보인다. 색이 바랜 양철 지붕도 올해 새로이 황금색으로 도색했다. 산중 오지에 번쩍거리는 황금색 지붕이 이채로워 보이고 암자 앞의 너른 잔디마당이 여유롭고 평화롭다. 조망 또한 멋지다. 앞쪽에는 명선북릉이 바라다보이고 동쪽으로 토끼봉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주능선이 고스란히 조망된다.

    암자 옆 암벽 아래에는 묘향대 명물 석간수가 있다. 바위틈을 비집고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상당하다. 한 바가지 떠서 들이켜니 물맛이 깊고 청량하다. 험한 폭포수골을 힘들게 오른 후에 접하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의 묘향대, 일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이런 곳이 길지가 아니면 어디이랴. 암자 옆 뜰에 수북이 쌓아 놓은 장작더미의 향이 코끝으로 스며드는데, 어느 향수보다도 더 향기롭고 구수하다. 이곳 묘향암에는 호림스님이 십수 년째 지키고 계시는데 쌓아 놓은 장작더미를 보니 스님도 지리산 산중의 혹독한 긴 겨울 날 채비를 이미 마쳤는가 보다. 오늘따라 속세로 출타하시는 스님, 스님도 여느 산꾼처럼 험한 길 내려가기 위해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있다. 탐방팀은 스님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법당에 들러 예를 차린 후 앞뜰에서 한동안 여유를 가진다.

    지리산에는 대(臺)라는 곳이 여러 곳 있다. 대표적인 곳을 일컬어 ‘지리 8대’라고 하거나 10대, 24대 등으로 부르고 있고, 한편으로 천왕 5대, 반야 5대, 혹은 7대 등으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천왕 5대에는 통상적으로 영신대, 향적대, 문창대, 소년대, 향운대 등을 꼽고, 반야 5대에는 이곳 묘향대를 비롯해 우번대, 문수대, 서산대, 무착대를 일컫는다.

    묘향대는 반야봉 정상에서 묘시 방향에 위치해 묘향대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지리산의 대(臺)는 통상 전망이 아주 좋고 높은 언덕이나 바위 자락에 위치하는데 풍수지리상으로도 명당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흘러간 역사 속에 각 대마다 나름의 사연들을 품고 있고 그곳에 들면 대부분 경관이 일품이다. 또한 좋은 기운이 흐르고 있어 탐방한 산객의 마음마저도 편안하고 여유롭게 만드는 곳이 지리산의 대(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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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골의 이끼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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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사골

    ▲지리산 함박골의 비경 이끼폭포

    탐방팀은 한동안 묘향대에 머물며 그곳의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다가 하산 채비를 한다. 하산 길은 함박골이다. 반야 중봉 오름길 방향으로 조금 진행하다가 우측으로 채미전 앞을 지나 북쪽으로 뻗은 지능선을 타고 내린다. 등로는 지능선 중간쯤에서 능선을 버리고 좌측방향 사면으로 이어진다. 잠시 후 로프지대를 통과하고 급경사 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계곡에 이르는데, 함박골 상단부다.

    묘향대에서 이곳까지는 1시간가량 소요된다. 계곡 가에 잠시 쉬며 호흡을 고르고 다시 함박골 좌우를 오가며 하산 길을 이어간다. 계곡 길을 30분가량 걸어 내려 지리산의 비경 이끼폭포에 도달한다. 이끼폭포는 함박골 최고의 경관으로, 녹색 이끼를 타고 내리는 실폭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수량이 적당해 이끼와 하얀 포말이 제대로 어울리면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하는데 오늘은 조금 아쉬운 모습이다.

    지리산 비경 중 하나인 이끼폭포, 예전 같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끼폭포의 이끼도 겨울준비를 하는지 색깔이 선명하지 않다. 잠시 머물며 이끼폭포를 감상하다가 함박골 하류로 빠져 나온다. 등로는 골 좌측으로 쭉 이어진다. 이끼폭포에서 30분가량 걸어내려 함박골을 탈출하고 뱀사골 주등로에 합류한다. 묘향대에서 뱀사골과 함박골 합수부까지는 2시간가량 소요됐다.

    뱀사골 본류와 합수되는 함박골 날머리 무명교에서 전열을 정비하고 쉬어간다. 거친 계곡길을 벗어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탐방팀은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짧은 겨울 해를 감안, 반선을 향해 뱀사골을 빠르게 걷는다. 뱀사골 등로는 함박골에 비하면 탄탄대로다. 함박골 날머리에서 반선까지는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제승대, 병풍소, 병소, 탁용소, 요룡대를 차례로 지나 반선으로 향한다.

    뱀사골의 수려한 계곡미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초겨울답지 않은 뱀사골은 하얀 포말의 폭포와 청류 가득한 소를 수없이 만들며 한 계절을 끝내는 마지막 외침처럼 호탕하고 청아한 물소리로 온 계곡을 맑게 울리고 있다. 탐방팀은 남원시 산내면 반선리 뱀사골 입구에 도착하며 묘향대 탐방산행을 마무리한다.

    글·사진=김윤관 기자 kimy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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