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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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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김기택

  • 기사입력 : 2016-0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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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눈 속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 말(言)을 찾아, 밖으로 나오는 길을 찾다가 그만 주저앉아 있는 말을 찾아, 그 사람의 눈 속을 정처 없이 헤매게 된다. 조선 여인의 눈 속을 들여다본다. 혁명기를 들고 노도의 대열에 앞장 선 이국의 여인이 아닌, 깊은 굴속에서 쑥 먹고 여자가 된 조선의 여인의 눈 속을 들여다본다. 순하고 동그란 감옥 속에 말들이 갇혀 있다, 감옥 벽을 더듬다가 더듬다가 지문 다 닳은 말들이.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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