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지 못한다. 앞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냄새나 손길이 닿으면 항상 꼬리를 흔들어 웃어주는 17살 할머니 개가 우리 집에 있다.
순덕이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우리 가족이었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순덕이의 귀를 잡아당기거나 꼬리를 잡고 노는 모습들이 있다.
그때의 순덕이는 진한 갈색 털이 길게 곱슬거리고, 검은 눈동자에서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하지만 지금의 순덕이 얼굴은 완전히 흰 털로 뒤덮여 있고 몸도 아주 흐린 갈색이 되어 버렸다. 눈동자도 흰 우유가 한 방울 떨어져 퍼진 것처럼 뿌옇다.
우리집은 순덕이가 부딪히지 않도록 다니는 길목에 위험한 물건들은 치워 놓는다.
그래도 가끔은 화장실을 가다가 벽에 머리를 박기도 한다.
지난겨울에 순덕이가 갑자기 오줌도 못 싸고 쓰러졌었다. 큰 병원에 가서 많은 검사를 했던 그날 밤에 우리 가족은 모두 펑펑 울었다.
의사 선생님은 순덕이가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온몸에 암이 퍼져 있다고 했다.
우리 가족은 그날부터 순덕이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너무 슬퍼서 매일 울기만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돌봐 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날마다 신선한 물로 갈아주고, 많이 먹고 아프지 말라고 사료도 듬뿍듬뿍 담아 준다.
그렇지만 순덕이는 자꾸만 말라 가고 걷다가도 뒷다리에 힘이 없어서 주저앉기도 한다.
나는 순덕이가 열여덟, 열아홉, 스무살 때까지 우리 곁에 편하고 행복하게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늘 꼬리를 흔들어 웃어줬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이 하늘나라에 갈 때가 되면 아프지 않게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는 17살 할머니개 순덕이가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