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조선소 잇단 사고 왜?
하청에 떠넘긴 위험작업이 참사 초래원청 - 하청, 업계 권력구조가 원인산재율 타사업장보다 2배가량 높아
- 기사입력 : 2017-08-2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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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1시 37분께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운반선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12m 깊이 탱크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중 폭발이 일어났고 충격으로 30~50대 작업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5월 1일 거제시 사등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도내 조선소에서 노동자들이 잇따라 생명을 잃었다. 휴일·하청업체라는 점에서 닮았다. 조선업 관계자들은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이 조선업의 원청-하청 간 구조적인 문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라고 지적한다. 현대중공업 등 여타 조선소도 이 같은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정부의 안전대책 발표 사흘 만에 대형 재난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장과 겉도는 정책, 체감이 안 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폭발 사고 현장에서 고민철 전국금속노조 STX조선지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산재사고 많은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 안전 더 취약= 지난해 조선업 산업재해율은 0.83%로 평균 산업재해율 0.49%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산업재해율이 높은 조선업 현장은 ‘죽음의 사업장’이라는 오명이 붙여질 정도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조선업체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 수는 2014년 24명, 2015년 25명, 2016년 25명으로 증가추세며 올해 상반기까지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노동자 1만명 당 사망자수를 나타내는 ‘사망만인율’(2016년 기준)의 경우 조선업은 1.39%로 평균 사망만인율 0.96%에 비해 45%가량 높다. 조선업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타 업종 노동자에 비해 높다는 뜻이다.
조선업 노동자 중 특히 하청업체 노동자가 산재사고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산재로 사망한 조선업 노동자 가운데 하청업체 직원 비율은 2014년 91.7%, 2015년 80%, 2016년 72%를 기록했다.
20일 발생한 STX조선해양 사고 희생자 4명이 하청업체 소속이고, 지난 5월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로 인한 사상자 31명도 전원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이처럼 노동계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특히 위험에 내몰리는 원인으로 원청이 주문하면 하청이 거절할 수 없는 업계의 권력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앞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고 조사에서도 원·하청 구조 등 반복적인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구조적인 원인 분석이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위험의 외주화’ 막기 위한 제도 개선 절실= 반복되는 조선업의 인명사고를 막기 위해 시스템 점검·안전예방 교육과 동시에 산재사고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는 지난 17일 산재예방 대책을 발표하고, 산재사고에 대한 대기업 원청·발주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 사흘 만에 대형 사고가 또 발생했다.
정부는 현장에서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원청업체에 하청업체와 같은 수준인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유해·위험성이 높은 14종의 작업에 대한 도급을 전면금지하는 한편 원청업체가 산업재해 예방비를 하도급 금액에 별도로 계상토록 하고, 비용과 집행 내역을 하청 근로자들에게도 공개토록 했다. 다단계 불법 하도급 적발 시 원·하청업체 모두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의 이하의 벌금, 영업 정지와 과징금도 부과된다. 아울러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노동계는 정부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대기업과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정부가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지금도 현장에서는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고 하청업체 노동자, 비정규직 등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서 “보다 강력한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등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김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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