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들을 만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특파원 생활의 어려움도 이야기하고 한국 이야기를 한다.
“예. 내야지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노유철이 전화를 한 것은 뜻밖이다. 김진호는 이제 특파원이 아니다. 그러나 노유철로부터 장위를 소개받았다. 그에게 신세를 진 것이다.
“우리 모임 있잖아요?”
특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제가 나가도 됩니까? 전 현직이 아닌데….”
“우리는 친목 모임인데 그런 걸 따지겠어요? 술이나 한잔 합시다.”
“그럼 가겠습니다. 모처럼 선배님 얼굴이라도 봐야겠네요.”
“하하하. 늙은 얼굴을 봐서 뭘해? 그쪽 신문사 특파원이 바뀌었어요.”
그쪽 신문사라는 것은 김진호가 다녔던 신문사를 말하는 것이다. 특파원으로 누가 온 것일까. 그의 후임은 떠나면서 왜 연락조차 하지 않은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으나 내일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요?”
“내일 만나서 자세하게 이야기합시다.”
“장소와 시간은요?”
“문자로 보내 줄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김진호는 노유철과 전화를 끝내고 생각에 잠겼다. 특파원들을 만나면 부담 없이 술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호는 등려화의 집으로 갔다. 등려화는 저녁식사로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와인까지 준비해 놓고 있다.
“근사하네.”
김진호는 화이트 와인을 따서 잔에 따랐다. 등려화와 잔을 부딪치고 한 모금을 마셨다. 창밖에는 이제야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맛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등려화가 나르시스한 표정으로 말했다.
“맛있겠지.”
김진호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에 넣자 부드럽게 녹는 것 같았다.
“어때요?”
“죽이네.”
“맛있다는 뜻이에요?”
“그럼. 최고라는 뜻이야.”
“그럼 오늘 최고로 즐겁게 해줘요.”
등려화가 교태를 부렸다.
“콜!”
김진호는 웃으면서 그녀와 다시 잔을 부딪쳤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