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
가지가 곁을 주었다
아주 조금 휘어청했다
나비가 장다리꽃에 앉았다
꽃빛이 잠시 환해졌다
곁을 준다는 것은
마음의 한 자락을 내준다는 것
그만큼 내가 넓어진다는 것
가지가 휘어청 흔들리면
금세 따뜻해지는 눈
곁을 주고 싶다는 말
마음이 가 닿았다는 말
잠깐 내 한 팔을 내주고 싶다는 말
나의 곁, 하고 입술을 달싹이자
내 마음이 따라 휘어청
까치집 곁에 달이 환하다.
☞ 세월이 흘러 갈수록 사람 사는 인심이 각박해지고 있음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는 하루하루다. 이웃과 이웃 간에도 그렇고, 벗과 벗 간에도 그럴 뿐더러 심지어 친척, 가족 간에도 그렇다. 시대가 이렇게 변화하다 보니 신문이나 방송에는 밝은 소식보다는 사회 곳곳의 어두운 면이 끊이질 않고, 정치판은 국민은 뒷전인 채 좌·우로 갈라져 대립할 뿐이라 씁쓸하다.
이러한 때 시인은 따스한 눈길과 입술로 말한다. “곁을 준다는 것은 마음 한 자락을 내준다는 것”임을 “그만큼 내가 넓어진다는 것”임을.
“까치집 곁에 달이 환”할 정도로, 이 얼마나 가슴 한편이 뜨거워져 오는 이야기인가?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던 온갖 꽃잎들이 힘든 마음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던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 아니 지금 내 가까이 선 사람에게 어깨도 내어주고 손도 맞잡아 보자. 모든 집착과 얽힘에서 벗어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겸손된 마음으로 ‘곁’을 내어줘 보자. 강신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