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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The role of Parents(부모의 역할)- 김정현(진해 출신 캐나다 초등학교 교사)

  • 기사입력 : 2019-07-31 20: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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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정 아버지는 어릴 때 우리 세 남매를 무척 엄하게 키우셨다. 또 밥상머리에만 앉으면 정치 경제 문화 등 일장연설을 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밥을 빨리 먹고 “잘 먹었습니다” 하고 자리를 뜨기 바빴다. 그런데 언니가 고3이 되자 대학 진학 문제로 아버지와 다투기 시작했다. 하루는 아버지가 무릎을 꿇은 언니에게 무섭게 호통을 치셨는데 그날 따라 언니는 끝까지 자기가 원하는 길을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저것이 오늘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하며 우리에게까지 떨어질 불똥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너보다 훨씬 많이 살아보고 하는 말이다. 인생 선배인 아버지 말을 무조건 들어라” 하셨고, 언니는 “아버지도 살아 보고 배우셨으니 저도 앞으로 아버지처럼 직접 겪어 보고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대들듯이 말하는 큰딸을 보고 아버지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동생과 조금만 싸워도 한 대 날리시던 아버지께서 언니가 원하는 대로 가는 것을 내내 지켜만 보셨다. 그때 나는 ‘아… 아버지가 드디어 언니를 포기하셨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보니 부모는 결코 자식을 포기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시간을 그 자식이 아파하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 봐 주어야 한다는 사실도.

    요즘 우리 학교에서는 Childreach라는 단체에서 나온 Social Worker가 자녀훈육(Parenting)에 대해 강연을 한다.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하여 자신들의 자녀와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면 이에 대한 대처 방안과 규칙을 정해주고 또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는지에 대해 상당히 놀라운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Lisa라는 이름의 강사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What do you value the most? 부모인 당신이 제일 가치롭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당신 아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자라라’고 양육하나? 성적? 형제간의 우애? 어른에 대한 예절? 성실성? 돈? 좋은 직업?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종교?

    세상 사람들이 다양한 만큼 저마다에게 중요한 가치가 다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에는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다. 당신에게 중요한 그 가치에 분명한 규칙을 세우고 엄격하게 시행해라. 내가 정한 규칙을 아이들이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규칙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져야 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엄마 아빠의 체면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 못했었기 때문에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너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때 아이들은 마음에 안 드는 규칙일지라도 순종할 수 있다. 그들이 규칙을 잘 준수하기 시작하면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가는 연습을 시켜라. 결국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이 날개를 펴고 내 품에서 훨훨 떠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 내 아버지가 그러하셨던 것처럼.

    김정현(진해 출신 캐나다 초등학교 교사)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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