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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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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겨울의 시작(詩作)'

차영한 시인, 바다에 쓰는 시 등 3권
사람들 삶의 모습·세태 해학적 표현
김영조 시인 , 40년만에 첫 시집 출간

  • 기사입력 : 2019-12-23 08: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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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 시인들이 최근 잇따라 작품집을 내놓았다.

    통영의 원로 차영한 시인이 시집 ‘황천항해’ 등 3권을, 밀양의 향토시인인 김영조 시인이 ‘내 바람의 조각들도(도서출판 두엄)’를, 창원의 이주언 시인은 ‘검은 나비를 봉인하다(한국문연)’를 각각 펴냈다.


    차영한 시인.

    차영한 시인의 '바다에 쓰는 시'.

    차영한 시인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거울뉴런(현대시, 11집)과 황천항해(현대시, 12집), 바다에 쓰는 시(도서출판경남, 13집) 등 3권의 시집을 동시에 펴내면서 모두 13권의 시집을 선보였다. 등단 40년을 넘어선 차 시인은 해외여행에서 낯선 풍경을 노래한 시집 ‘거울뉴런’에서 삶의 현실과 초현실을 가로지르면서 인간의 내면과 무의식 그리고 사물의 존재방식에 대해 탐구를 보여준다는 게 문학평론가 유성호(한양대 교수)의 평이다. 원양어선을 탄 경험 등을 바탕으로 바다에 얽인 시들로 가득찬 시집 ‘황천항해’에서도 마찬가지다.

    문학평론가 김미진(부산대 외래교수)씨는 “시인의 상상력은 전통적인 유사성과 근접성의 은유 대신, 의미와 무의미 사이의 아찔한 경계를 넘나든다. 전복적인 언어유희 속에 그로테스크한 환상의 바다가 펼쳐진다”면서 “시인은 현실을 해체하는 기이하고 낯선 언어로 바다를 재구성해 낸다”고 말한다.

    ‘바다에 쓰는 시’는 일련의 연작시를 통해 세상이란 바다에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나 세태를 풍자·해학적으로 표현한다. 우리들 삶의 처세를 지적한다. 차 시인은 지난 1978~1979년 월간 시문학에 2회 추천이 완료돼 등단했으며 시집 외에 ‘초현실주의 시와 시론’ 등 두 권의 비평집도 냈다.


    김영조 시인.

    김영조 시인의 이번 시집은 밀양에서 작품활동을 한 지 40년 만의 첫 시집으로 세상살이의 어려움 속에 그간 작품집이 나오기까지의 삶의 흔적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수년에 걸쳐 완성된 연작시 ‘고가헐기1~6’에서 한 채의 집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통해 허물어져야 할 것은 무엇이고 남겨져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그러면서 그가 꿈꾸는 집은 인정이 오가고, 가족공동체가 살아있는 집이란 것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밀양 출신의 독립운동가였던 약산 김원봉, 석정 윤세주 등 밀양 사람들의 삶을 노래하면서 독자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김씨는 1980년 5월 밀양청년문학회를 결성해 문학활동을 시작해 문예지 ‘시에’로 등단했다.


    이주언 시인

    이주언의 시집은 ‘꽃잎 고래’에 이어 두 번째 시집으로 4부로 나뉘어 50여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편지 대신/ 검은 나비가 봉인되어 온 적 있다// 어느 공중을 저어 온 날개인가, 궁금했다/ 휘어찬 지팡이로 비와 꽃잎을 딛고 다녔는지/ 날개에 새겨진 상처가 무지개로 빛났다…이하 생략’(슬픔이라는 검은 나비).

    이 시의 검은 나비가 의미하는 것처럼 어둡고 검은 생의 이면, 서늘하고 쓸쓸한 노년(요양병원)의 풍경과 죽음 등을 노래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런가 하면 생명을 이끌어내거나 생명력과 따뜻함을 노래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번 시집에선 생명 탄생과 죽음, 검은 색과 파스텔의 색감이 한 도화지에서 어우러져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문학평론가 김효은씨는 “이번 시집의 곳곳에서 생에 대한 여러가지 스펙트럼을 마치 여러 겹의 부채 혹은 여러 개의 사람인 양 자연스럽게 펼쳤다 오므리고 자유자재로 열고 닫는다”고 평한다. 창원 출신인 이씨는 2008년 문예지 ‘시애’로 등단했으며 제3회 창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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