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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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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43) 원주 거돈사지 삼층석탑

  • 기사입력 : 2020-05-25 21: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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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 거돈사지 삼층석탑

    시인 떠나보내고 탑 구경 간다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라니

    소낙비 내려도 좋고

    흙먼지 일어도 좋다

    시인이 있었고 시 한편이 있었다

    이승에서 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옛 절집 흔적 없어도

    탑은 절을 지킨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하긴 남는다고 영원하랴. 아무리 기원이 간절한들 어찌 세월을 이길 것인가. 우리 사랑했던 한 사람을 보내고 사라진 절을 찾아 먼 길 떠난다. 강이 있는 곳에 마을이 있고, 마을 있는 곳에 절이 있었다. 남한강 유역 폐사지를 오롯이 지키는 거돈사지 삼층석탑. 곳곳에 층층이 쌓여 있는 석축 흔적만으로도 당시 웅장한 절의 크기와 공력을 짐작케 한다. 석탑 뒤 대웅전 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터엔 커다란 불상의 대좌가 놓여 있다. 석탑 앞에 부서진 채 놓인 배례석엔 연꽃 모양이 선명하다. 다 사라진 가람에 비해 의외로 탑은 의연하다. 이 탑은 흔히 보던 것들과 달리, 흙을 둔덕지게 쌓아 단을 만들어 세웠으니 폐허 속에서도 자태가 늠름히 드러난다. 탑신 자체에 별다른 장식이 없어 밋밋해 보이나 오히려 그런 고졸함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연지 곤지를 찍지 않았다고 미인을 알아보지 못할 것인가. 사람을 잃고 탑을 얻었으니 크게 슬퍼할 일은 아니다. 버려진 이를 버려두고 담담히 돌아올 수 있어 좋았다.

    사진= 손묵광, 시조= 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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