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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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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완성 풍황 계측기 방치, 안전불감증인가

  • 기사입력 : 2021-06-01 2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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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이 통영 앞바다에 건설하다 중단한 풍황 계측기가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암초’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풍황 계측기는 풍력 발전 단지 입지 사전 기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다. 직경 13m, 높이 110m, 무게 1050t 규모의 철 구조물로 지난해 10월 중순 착공했으나 풍력 발전 단지 건립 계획을 뒤늦게 안 어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10월 29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공정 80%에서 수개월 째 방치되면서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풍황 계측기가 설치된 욕지도 남방 8km 갈도 인근은 수백 척의 어선들이 항해하는 주요 조업 해역이다. 수많은 선박이 오가는 해역에 대형 구조물이 방치된 상태니 사고 위험성은 상존한다고 봐야 한다. 짙은 해무와 악천후의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어정쩡한 구조물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항해 선박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지난 달 야간 조업을 마치고 삼천포항으로 귀항하던 24t급 어선이 이 구조물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만 자칫 큰 해상 사고가 될 수도 있었다고 본다.

    욕지도 앞바다는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포식 어류가 대거 유입되는 길목이다. 수산업계는 이런 곳에 풍력 발전 단지가 건설될 경우 가동 소음과 진동, 전자파로 인해 수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다. 상업 발전 시 가동 소음이 260㏈에 달해 물고기 청각에도 이상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어자원 감소와 조업 구역 축소의 우려와 수산업계 반발 속에 충돌 사고 위험까지 안고 있는 이런 풍력 발전 단지를 꼭 이 곳에 설치해야 하는 지 의문이다. 남동발전이 계측기 설치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경남도를 상대로 행정 심판을 제기한 상태니 무슨 결론이 나오겠지만, 이게 진행되는 중에도 안전사고 우려는 상존하는 게 문제다. 이런 시설을 그대로 두고 안내 현수막 하나로 “어민들은 알아서 피하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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