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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3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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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막 오른 화폐 전쟁… 돈 놓고 돈 먹기- 허충호(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21-06-16 2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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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이면 어린 아이들에게 용돈을 준다. 한때는 동전까지 통하는 시대도 있었다지만 이제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최고 액면가의 지폐를 줘야 ‘대우받는’ 시대다. 교환 수단인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액면가도 덩달아 올라가는 시점이다.

    잘 알다시피 돈은 상품의 교환 가치를 나타내는 지불 수단이다. 한때 금이나 은으로 만든 돈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전, 수표 등 은행권 등이 통용된다. 돈이라는 편리한 존재가 생기면서 은행이라는 ‘특수한 가게’도 생겼다. 이른바 남의 돈으로 돈 버는 가게다.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가게 중 하나일 것이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돈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다. 갖가지 명분을 앞세우지만 전쟁의 목표는 결국 돈과 재화에 꼽힌다. 말이 고상해서 전리품이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온갖 물질을 뺏고 뺏기는 과정이다.

    돌고 돈다고 해서 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돈에 눈이 있는 건지 그 요상한 것은 결코 공평하게 돌지 않는다. 마치 구불구불한 강의 유속이 느린 곳에 큰 모래 턱이 만들어지듯 특정한 여러 곳에 높게 쌓인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재벌과 금력자는 출현한다. 금력은 다시 자신들의 화폐를 전세계에 뿌려 어디서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한 수단으로 육성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국가 간 금력 순위가 매겨진다. 쑹훙빙이 쓴 ‘화폐전쟁(Currency War)’이 한때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런 돈의 금력화 과정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금융 재벌의 탄생, 세계 법정 화폐의 등장, 돈과 권력 간의 관계를 설명한 이 책은 화폐가 어떻게 금력으로 발전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 화폐 전쟁은 다시 발발했다. 그러나 전쟁의 행태는 종전과는 사뭇 다르다. 가상화폐, 암호화폐, 전자화폐에 각종 페이(pay)라는 샤프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주력부대는 ‘가상’ 또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다. 컴퓨터를 이용해 엄청난 전력을 소모해가며 마치 광산에서 귀금속이나 희토류를 캐내 듯 ‘채굴한다’는 단어가 붙는 돈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트코인’이지만 설날 아이들에게 세뱃돈으로 주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암호(crypto)로 된 블록(block)속에 사슬(chain)처럼 엮인 사이버 공간을 돌아다니는 디지털 부호나, 바코드 속에 숨겨져 있는 막대기들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비로소 돈을 이해할 수 있는 희한한 시대다.

    통화 무정부주의를 표방하며 중앙은행의 발권 영역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암호화폐요, 크게는 가상화폐다. 통화무정부주의를 천명했으니 발권력과 통화정책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중앙은행이나 정부와의 한 판 승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수성책으로 내놓은 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인 ‘거브코인’(Govcoin), 이른 바 ‘정부 코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정부가 발행관리하는 거브코인과 통화 무정부주의의 표상인 암호화폐가 한판 대 격전을 치르는 제2화폐전쟁은 그래서 복잡다단한 양상을 띨 게 뻔하다.

    문제는 실체도 불명확한 가상화폐에 너무나 많은 이들이 열광하면서 그 ‘소리 없는 전쟁’의 언저리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의 꿈에 정부는 ‘화폐 가치는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산인 것은 확실한 만큼 일정 비율의 과세를 할 것’이라고 한다. 화폐라는 이름이 붙은 그 ‘디지털’에 대해 다소 인과관계가 묘한 정책을 펴는 것도 아이러니다. 사이버 공간을 떠도는 실체 없는 숫자의 향연에 은행서 대출받은 현금을 들고 참여하는 모습은 분명 자연스럽지는 않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 불확실한 현실도 되돌아보게 한다. 힘들게 일해 돈 버는 시대는 가고 ‘돈 놓고 돈 먹는’ 게 마치 대세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혼돈의 시대다.

    허충호(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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