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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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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서울이 불편해야 지방이 산다- 전수식(창원시정연구원장)

  • 기사입력 : 2022-03-29 20: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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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에 살지 않고 지방에 사는 걸 요즘처럼 후회해 본 적이 없다. 소위 직장에서의 출세, 자녀의 교육, 재산 증식에 있어서 이건 서울과 비교가 안된다. 25년 전 서울에서 내려가기 싫다는 가족을 설득과 우격다짐을 해서 창원으로 내려 온 걸 아내는 다툼이 있으면 우려먹는 단골 메뉴가 되었다. 수도권 집중화의 정도는 숫자를 들먹일 필요도 없지만 이제 공론화를 통해 과감한 정책 전환이 없으면 집중화에 따른 비효율과 한정된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으로 인해 국가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실제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IT나 첨단 산업의 인력은 웃돈이 붙어 유치 경쟁이 치열하고 소위 지방을 기피하는 취업 하한선이 있다는 웃지 못할 현실이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모습과 오버랩되어 참 씁쓸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을 대하는 자세나 정책도 진정성이 없고 못 사는 자식 떡 한 조각 던져주는 식이다. 마치 큰 시혜나 베푸는 것처럼. 지난해 10월에 발표된 인구 감소 지역은 기초자치단체 228곳 중 89곳이다. 이 지역에는 매년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10년 간 지원하고, 국고 보조금 등의 재원을 패키지 형태로 투입한다고 한다. 픽! 헛웃음이 나온다. 이걸로 지방 소멸이 사라지거나 늦춰지겠느냐는 거다. 거의 땜질 수준이고 제대로 된 해결책도 아니다. 무엇보다 지방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에 염증을 느낀다.

    그에 비해 서울은 어떤가? 모든 것은 서울로 통하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수도니까 그렇겠거니 했다. 고속도로, 철도, 전철, 지하철이 서울 중심으로 건설되고 움직였다. 인구가 집중되니까 수도권에 제1,2기에 이어 3기 신도시까지 만든다. 교통이 정체되니까 제1,2 외곽순환도로를 만들었다. 경기, 인천 등 외곽지역 주민의 이동의 편리를 위해 이젠 수도권 광역 급행 철도(GTX) 4개 노선이 추진되고 있다. 심지어 경부고속도로 서울 일부 구간을 지하화해서 공원과 부족한 주택 용지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치열한 대선이 끝났다. 여러 후보들이 대동소이한데 윤석열 당선자의 두 가지 공약은 꼭 봐야겠다. 향후 5년간 250만 호의 주택 공급 중 130만 호를 수도권에 공급하고 GTX 4개 노선은 모두 연장하고 새로운 노선 3개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1세대 2인 가족이면 260만명, 3인 가족이면 390만명이 또 수도권에 몰리게 된다. 물론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매몰 세대는 계산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또 다른 인구 집중 외에 천문학적인 예산의 투입이다. GTX만 해도 초기의 여건 좋은 노선에 비해 연장이나 추가 노선은 타당성 조사에서 후한 점수를 얻기 어렵고 결국 정부 예산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인구를 집중시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며 서울의 집 가진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드는 이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것인가? GTX공약은 철회되어야 하며 주택 공약도 전면 재고해야 한다. ‘영끌’을 해서 집을 사는 이유가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의 초과 수요는 상존하고 이를 빌미로 공급을 확대하면 인구는 더 집중된다. 계속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별로 엄청난 공약을 했다. 수도권과 지방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선거에 표가 급했는지 모르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공약은 많은 부분 공존할 수가 없다. 어느 한쪽은 줄이거나 포기해야 진정성이 있다. 모두 하겠다는 건 누구의 말처럼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주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여기서 지방에 사는 우리가 제대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선거 때의 각종 유혹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정부가 시혜를 베풀 듯 던져주는 공모 사업은 거부하고 재정의 과감한 배분을 요구해야 한다. 지역에서 선출된 많은 중요 정치인, 고위공직자의 거주지가 어디인지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많은 분들이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에 살 것이다. 그 사람들은 서울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지방은 서울이 불편해야 살 수 있는데 말이다.

    전수식(창원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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