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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대기업 취업률 50%의 그늘-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2-04-12 20: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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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만에 드디어 신입생의 첫 모습을 작은 모니터가 아닌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입학식을 마치고 어김없이 간단한 자기소개와 우리 대학에 온 이유, 앞으로의 계획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입생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주변 지인의 소개로 취업률, 특히 대기업 취업률이 높은 우리 대학을 선택했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꼭 취업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실제로 매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TV, 라디오 광고나 각종 SNS 광고를 엄청나게 하고 있음에도, 우리 대학을 선택하게 된 홍보 매개체는 지인 소개가 70%를 넘고 있다. 거기에 매년 30% 내외를 보이던 대기업 취업률이 올해는 50%를 넘어섰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대학 진학률의 급격한 감소로 지방 대학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안정적인 입시 자원 확보와 높은 취업률로 행복하기만 할 법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비율이 현저히 높은 데다, 임금이나 복리후생의 격차가 너무 커 우수 인재의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학생들은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지 못해 취업난에 허덕이고, 중소기업은 청년 인재를 구하지 못해 극심한 구인난에 힘들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학생들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필자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몸담은 메카트로닉스과는 로봇자동화 시스템의 설계, 조립, 설치 시운전 및 유지 보수에 관련한 기술을 배운다. 당연히 졸업 후에 스마트 팩토리의 가장 선결 조건인 로봇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는 곳에 취업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업체들은 모두 중소기업인 것이다. 그럼 대기업에 취업한 학생들은 어떤 업무를 하는가? 대부분이 중소기업들이 열심히 구축해 놓은 자동화 생산 라인에서 단순 오퍼레이터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결국 로봇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실무적인 기술은 모두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그 시스템을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간단한 장비 운용 방법 정도의 교육만 받고 바로 생산 현장에 투입돼 일하는 사람과, 2년 동안 대학에서 전문 기술 교육을 받고도 최소 2~3년 동안 회사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야만 가능한 로봇자동화시스템 구축 실무를 수행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을까? 찰나라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누구나 당연히 대기업이라고 답할 것이고, 그 답이 틀리지 않는다. 사실 귀족 노조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의 높은 연봉은 여러번의 경제 위기와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인해 많은 부분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담당 직무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회사가 많이 벌어 근로자에게 많이 주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대기업 근로자가 많이 받는 만큼 그 여파는 중소기업에 전해진다. 대기업의 로봇자동화시스템 구축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계속되는 발주 단가 하향으로 직원들의 임금 상승 여력이 없으며,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도 도저히 바닥이 없는 단가 하향 요구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미 대기업에 취업해 있는 제자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개념을 고려해 작업복 색깔 하나로 1.5배 가까운 임금 차이를 줄여야만 한다. 그리하여 그 잉여 부분을 중소기업과의 공생을 위해 과감하게 베풀어야 한다. 오늘도 학생들에게 중소기업에서 10년만 열심히 기술을 배우면 뭘 해도 성공할 수 있다고 목청을 높여보지만, 학생들의 뼈 때리는 말 한마디는 정말로 단단한 돌멩이가 돼 내 머리뼈를 강타한다. “교수님, 그래도 연봉 2000만원 차이는 너무 커요!” “그래, 그렇지만 10년 후에는 2000만원 적었던 것이 오히려 몇천만원 많게 된다”고 말하려는데, 학생들은 이미 대기업 지원서를 적기 위해 강의실을 나가고 없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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