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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는 희망고문인가-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8-29 20: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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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후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지역 기자들은 술렁거렸다.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비전 제시가 전혀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기자회견에 앞서 대통령실이 배부한 ‘윤석열 정부 국민과 함께한 100일’이라는 책자에도 균형발전 내용은 없다.

    대통령은 54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20분가량을 성과 발표에 할애했다. 이후 총 12개의 질문을 받았는데 이 중 지역 언론사 기자의 질문은 1개에 불과했다. 대변인이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이었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무작위로 직접 기자를 지목했다. 한창 힘이 실릴 정권 초기 ‘골든타임’ 100일은 20%대 지지율 곤두박질에 ‘지역 패싱(passing)’을 추가했다.

    이튿날 출근길 대통령에게 이런 기류를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복지, 지역 균형 이런 분야를 다 망라한 발표는 아니었고 어떤 부분이 (100일 동안) 변했는지에 중점을 두다 보니까 (그랬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지역 균형발전 이슈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대통령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한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삶의 질을 보면 선거용 지역 표심 구애 내지 불만 무마용에 불과하다는 게 솔직한 평가다. 수도권·비수도권 간 ‘기울어진 운동장’은 갈수록 차이가 극명하다. 노무현 정부부터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격차는 줄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과 지방의 독자적 재정 확충 방안 마련을 공언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도는 정상적인 국가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다. 모든 자원은 수도권에 몰렸다. 비수도권은 소멸의 길로 질주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2021년 기준으로 인구의 50.4%, 지역 내 총생산(GRDP)의 52.6%, 취업자의 50.5%가 몰려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공언했다. 지방분권 강화, 지자체 재정력 강화,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 촉진, 공공기관 이전, 지역 맞춤형 창업·혁신 생태계 조성, 지역사회의 자생적 창조역량 강화 등 6대 국정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임기 초반부터 공약과는 엇박자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공장 신·증설 요건 완화 등 수도권 ‘빗장 풀기’가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고 있다.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을 유인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인데 이를 완화하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반도체와 디지털 인재 양성 방안은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의 길을 열어 줘 가뜩이나 외면당하는 비수도권 대학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젊은 층의 수도권행을 오히려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전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전체 정원에서 4만586명이 미달했다. 비수도권에서만 3만458명이 발생해 전체 미충원 인원의 75.0%를 차지했다.

    윤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은 기회의 공정 문제”라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지방시대’는 사탕발림이자 희망 고문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역은 결코 동정과 배려의 대상이 아니다. 여태껏 ‘서울공화국’에 쏟아부은 만큼 지역에도 투자해야 하는 당위의 문제다. 지역 없이 국가도 존립할 수 없다. 국토 균형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지리산 골짝에도 남해 외딴섬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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