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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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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트렌드] 인생샷 찍는 MZ세대 놀이터 즉석 사진관

한껏 즐기다, 한 컷 남기다

  • 기사입력 : 2022-11-03 20: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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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광고 문구가 있다. 그 중 사진은 누구나 찰나의 순간을 생생히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이 용이하다. SNS가 일상이 되면서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휴대폰으로 하루에도 몇 장씩 사진을 찍곤 한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지만, 최근엔 휴대전화 ‘갤러리’에 저장돼 있는 사진이 아닌 인화된 사진에 대한 향수가 커지고 있다. 인생샷을 찍으면 ‘소장각’이라는 말을 하는데, 실제로 사진을 소장할 수 있는 ‘즉석사진관’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만나면 반갑다고 ‘찰칵 찰칵’= 요즘 MZ세대는 친구들과 만나면 즉석사진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다양한 배경에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데다 바로 인화해 소장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최근 번화가와 대학가뿐만 아니라 지역의 관광지 등에서 ‘인생네컷’, ‘포토그레이’, ‘하루필름’ 등 즉석사진관을 쉽게 볼 수 있다. ‘인생네컷’이 가장 유명한데, 2017년 대구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장됐다. 흔히 아는 ‘스티커 사진’과 유사한 포토부스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촬영비용은 4000원으로 흑백·컬러사진 여부를 선택한 뒤 10초 간격으로 연달아 네 장을 찍고 15~20초 기다리면 사진을 세로로 이어 붙인 출력본이 나온다. 창원 상남점을 찾은 김지안(21)씨는 “요즘은 친구를 만나면 거의 즉석사진을 찍는다”며 “가격이 비싸지 않으면서 찍는 과정도 재미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가져갈 수 있어서 추억이 된다”고 말했다.

    즉석사진관엔 머리띠, 선글라스, 모자 등 다양한 소품이 구비돼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 사진 찍는 부스마다 배경색을 지정해 놓은 곳도 있고 ‘고데기’가 구비된 곳도 있다.

    ◇관련 브랜드만 20개 이상=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무인 사진관 관련 브랜드만도 20개가 넘는다. 붐을 일으킨 브랜드 ‘인생네컷’의 경우 코로나 시대 3년 동안 340개가 넘는 가맹점을 오픈했다. 포토이즘박스 280개, 셀픽스 101개, 하루필름 100개, 그믐달셀프스튜디오 15개, 포토플렉스 14개 등의 가맹점을 갖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업체인 썸트렌드에서 관련 검색어를 보면 ‘데이트’ ‘셀프스튜디오’ ‘커플’ ‘추억’ ‘카드’ ‘머리띠’ 등의 키워드가 노출된다. 최근 1020 소비자들의 핫한 놀이터가 됐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코로나 특수로 반짝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동영상 검색사이트나 SNS에 ‘인생네컷 포즈’, ‘잘 찍는 법’ 등의 콘텐츠가 연일 나올 만큼 인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가수 아이유가 콘서트를 보러온 팬들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따라한 인생네컷 포즈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도 BTS 뷔나 차은우 등 미디어에 등장하는 연예인이나 출연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포즈를 활용하는 모습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곤 한다.

    ◇‘MZ놀이터’가 인기 비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동안 스티커 사진이 유행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과 활성화가 지금과 달랐고 소셜 미디어가 대중화된 시기가 아니었다. 사진을 바로 인화해 부착할 수 있다는 것이 ‘스마트’한 세상이었다. 최근엔 쉽게 생성되고 소비되는 디지털 이미지와 다르게, 인쇄된 사진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에다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등의 요소를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인생네컷의 운영 및 관리 등 전반적인 것을 맡고 있는 엘케이벤처스 이호익 대표는 “시작한 시기는 주력이던 자동판매기 사업은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고, 무인 상점이 떠오르던 시기였다. 하지만 무인 상점만으로는 특색을 추구하기 힘들었고, MZ세대에게 문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업을 찾다가 인생네컷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었지만 인생네컷은 사진에 스토리를 입히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개성 있는 MZ세대에 맞춘 서비스로 접근했고, MZ세대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기가 지속되면서 즉석사진관 브랜드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 ‘디즈니’ ‘귀멸의 칼날’ ‘산리오’ ‘스누피’ ‘잔망루피’ 등을 활용한 프레임을 선보이거나 토포앨범, 그립톡 등 굿즈를 판매한다. 동영상으로 편집본을 제작해 QR코드로 다운받거나 어플을 활용해 SNS에 업로드하는 서비스도 눈에 띈다. 하지만 다양한 브랜드와 가맹점이 쏟아져 나오면서 과거 스티커 사진처럼 한 순간에 시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포토부스를 운영하는 A씨(50대)는 “가맹점 내는데 비용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요즘 가맹점들이 계속 생기고 아이템으로 경쟁을 하니 만들자마자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잘 찍으려면= 천으로 막혀 있는 부스여서 남이 찍어주는 사진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사진관에서 찍는 것처럼 경직된 포즈나 입가만 웃고 있는 미소 대신 한결 자연스러운 표정과 포즈를 취할 수 있다.

    자주 애용하는 이들은 미리 인터넷에서 인원 수별 인생네컷 포즈 팁을 보고 연습하기도 한다. 배경과 프레임 색 조합 맞추기 역시 ‘꿀팁’이다. 그날의 의상이나 남기고 싶은 소품과 색을 맞추면 한결 더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민망함은 잠시 내려놓고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포즈를 취하고 감정을 느껴야 한다. SNS에서 유행하는 볼 하트 사진이나 친구와 포즈를 맞추는 과정의 역동성이 즉석사진의 흥미유발 포인트다.

    사진이 예쁘게 나올까 하는 고민은 넣어두도록 하자. 순간의 즐거움을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은 영원할 테니.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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