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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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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80)

해, 달, 날, 동무, 돌대, 둘레, 돌다

  • 기사입력 : 2022-12-21 0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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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셈본 6-2’의 44쪽부터 45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44쪽 첫째 줄부터 셋째 줄에 걸쳐 있는 “지구는 제 몸이 한 바퀴 도는 동안이 하루이고, 해의 둘레를 한 바퀴 돌면, 같은 절기가 다시 돌아온다”라는 월(문장)은 ‘지구’, ‘절기’를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돼 있습니다. ‘제 몸이 한 바퀴 도는 동안’이 ‘하루’라는 풀이는 참 쉬우면서도 똑똑한 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해’라는 말과 ‘둘레’, ‘돌면’이라는 말도 요즘 배움책에서 ‘태양’, ‘주위’, ‘회전하면’이라고 하는 것과 견주면 참 쉽고 좋았습니다. 좀 더 나아가 ‘지구’도 ‘땅별’이라고 하고 ‘절기’도 ‘철 마디’라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열째 줄에 있는 ‘날마다’도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곳에서 ‘매일’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반가웠습니다. 열한째 줄에 있는 ‘고른 수’와 ‘셈한’은 앞서 알려 드린 적이 있는 말이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평균수’와 ‘계산한’을 뜻하는 말이라는 것을 다시 알려드립니다. 다만 ‘고른 수’에서 ‘수’를 ‘셈’이라는 토박이말을 넣어 ‘고른 셈’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둘째 줄 ‘고른 햇날’은 저도 처음 보는 말이라 엄청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썼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옛날 배움책을 볼 수 있게 해 주신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님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보시다시피 ‘고른 햇날’은 ‘평균 태양일’을 다듬은 말인데 ‘평균 태양일’보다 훨씬 뜻을 알아차리기 쉽고 오래 잊히지도 않을 말입니다. ‘평균’이라는 말에서 ‘균’이 ‘고를 균(均)’이고 말집(사전)을 봐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평균’을 ‘여러 사물의 질이나 양 따위를 통일적으로 고르게 한 것’이라고 풀이해 놓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도 ‘여러 사물의 각각 다른 질이나 양을 고르게 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둘 다 ‘고르게 한 것’이라고 풀이를 하기 때문에 ‘고른 햇날’이 더 쉽다고 하는 것입니다.

    45쪽 열한째 줄 ‘날금’이란 말도 참 반가운 말입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자오선’으로만 가르치고 배우기 때문에 이런 말이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베를 짤 때 쓰는 ‘씨줄’과 ‘날줄’이라는 말만 알아도 이 말은 어떤 뜻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금’이라는 말이 ‘긋다’에서 온 말이기 때문에 딱 맞는 말이라는 말씀도 드렸기 때문에 ‘날금’은 더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씨줄’을 알면 그 뒤에 나오는 ‘씨금’도 바로 알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옛날 배움책에서 썼다는 것이 고맙게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균 태양일’보다 ‘고른 햇날’, ‘자오선’, ‘경선’보다 ‘날금’, ‘위선’보다 ‘씨금’과 같이 쉬운 말로 가르치고 배우면 이른바 많은 사람이 풀 거리(문제)라고 하는 ‘학력 격차’, ‘기초 학력’, ‘문해력’도 쉽게 풀릴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힘주어 말씀드리곤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려운 말로 배우면서 배우는 데 많은 때새(시간)와 힘을 들이면서 지치게 할 것이 아니라 쉬운 말로 배우고 익히도록 해 주고 남는 때새(시간)에 저마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꿈을 키우고 가꿔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하겠습니다. 그 길을 열어 주는 일에 여러분의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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