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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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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85)

- 끌힘, 재다, 출렁쇠, 반드럽다, 적어 넣다

  • 기사입력 : 2023-03-08 08: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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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56쪽 첫째 줄부터 둘째 줄에 걸쳐 “물건을 끌거나 미는 힘의 크기를 재려면 어떻게 할까?”라는 월이 나옵니다. 이 월은 ‘물건(物件)’이라는 말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끌거나 미는 힘’은 아이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어 쓴 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끄는 힘’을 다른 책에서는 ‘인력(引力)’ 또는 ‘견인력(牽引力)’이라고 하고 그와 맞서는 말로 ‘척력(斥力)’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끄는 힘’을 줄여 ‘끌힘’이라고 하고 말집(사전)에도 올라 있는데 ‘미는 힘’은 ‘밀힘’이라고 할 만한데 아직 말집(사전)에는 오르지 않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끌힘’과 맞서는 말로 ‘밀힘’을 자주 많이 써야겠습니다. 월의 끝에 나오는 ‘재려면’과 그다음 월에도 나오는 ‘재어 보면’도 요즘 다른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측정하려면’, ‘측정해 보면’이 아니라서 참 쉽고 좋았습니다.

    셋째 줄과 다섯째 줄에 나오는 ‘용수철(龍鬚鐵)’은 ‘미르(용) 용(龍)’에 ‘수염 수(鬚)’ ‘쇠 철(鐵)’로 이루어진 말이고 말집(사전)에 찾아보면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으로 된 쇠줄’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굳이 풀이를 보지 않더라도 ‘용수철’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임을 잘 아실 것입니다. 말집(사전)에서는 용수철을 ‘출렁쇠’라고도 한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날살이에서는 ‘스프링(spring)’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되어 ‘용수철’이 ‘미르의 나룻(용의 수염) 쇠’라는 뜻인 줄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집(사전)에 ‘늘었다 줄었다 하는 물건’이라고 풀이해 놓은 ‘늘옴치래기’라는 토박이말이 있는데 그 말을 가지고 새로운 말을 만든다면 ‘용수철’은 ‘늘옴치래기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아예 없는 새로운 말을 만들 때는 본 적도 없는 짐승의 수염을 떠올려 만드는 것보다는 이렇게 우리에게 있는 말을 가지고 만들면 더 쉬울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다음에 이어서 나오는 “용수철을 누르면 오그러든다. 이것으로 누르는 힘을 알아볼 수도 있다.”는 ‘용수철’만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나오는 월도 ‘수철’만 빼면 그렇고 57쪽의 첫째 월은 ‘용수철’과 ‘고무줄’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그다음 월도 ‘고무줄’만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일곱째 줄에 나오는 ‘반드러운’이라는 말도 참 반가운 말이었습니다. 이 말은 ‘반드럽다’의 매김꼴(관형형)인데 ‘반드럽다’는 ‘깔깔하지 아니하고 윤기가 나도록 매끄럽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반들반들’을 떠올려 보시면 느낌이 오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사람됨이 어수룩한 맛이 없고 약삭빠르다’는 뜻도 있으니 알아 두시면 쓸 일이 많을 것입니다.

    마지막 줄에 나오는 ‘적어 넣기로’는 요즘 다른 곳에서 많이 쓰는 ‘입력하기로’ 또는 ‘기록하기로’가 아니라서 참 쉽고 좋았습니다. 이처럼 쉬운 낱말과 쉽게 풀어 쓴 말로 된 배움책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얼른 열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경남실천교육교사모임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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