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5일 (일)
전체메뉴

[의료칼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것

강윤숙 (희연재활병원 간호팀장)

  • 기사입력 : 2023-04-24 08:10:39
  •   
  • 강 윤 숙 희연재활병원 간호팀장

    필자는 보건복지부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해 최근 제2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재활병원의 병동 간호사이다. 병동은 주치의와 간호·지원 인력들이 중점으로 환자의 심신 회복을 위해 애쓰지만, 재활병동은 특히 일상복귀를 향한 환자의 ‘의지’와 ‘실행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병동에 한 환자가 있다. 50대 남짓한 중년 남성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 무거운 물건이 경추로 떨어져 척수손상을 입었고, 신경손상이라는 진단명과 함께 수술을 진행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사지마비’라는 큰 후유증상이 남게 되었고, 최대한의 기능회복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재활치료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료진 권유에 재활병원으로 입원하게 됐다. 환자는 입원 당시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있었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체위변경이나 약간의 이동에도 심한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식사 시에는 보호자 도움이 필요했다. 신경손상으로 스스로 배뇨·배변조차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손상된 신체기능은 체력저하와 함께 환자의 마음에 우울감을 심었다. 건장하던 남성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소한 움직임조차 힘들어져 재활치료에 대한 의지가 많이 떨어졌고, 식사량도 미미했다. 처음에는 직원들과의 소통도 어려워했고 귀찮아했다.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환자의 굳건한 마음이 중요했기에 간호팀은 간호중재 및 케어, 재활팀은 맞춤형 재활치료, 자가 운동법을 연구해 제안했고, 영양팀은 개별 맞춤식단을 제공하였으며 우울감 해소를 위해 사회복지사의 주기적인 상담 등 팀 전원이 라포 형성(친밀감 또는 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했다.

    입원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환자의 심신 기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초기에는 침대에서 휠체어에 앉기까지에도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였으나, 지금은 혼자서 휠체어 이동과 워커기를 잡고 보행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식사 또한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고 식사에 대한 의욕도 많이 늘면서 움직이는 힘 또한 좋아졌다. 아직 일상으로의 회복을 완전히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치료가 없는 시간에도 스스로 운동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간호사나 치료사들과도 종종 퇴원 후 계획과 사회복귀에 대해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곤 한다.

    재활치료를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한달음에는 닿을 수 없는 목표지점에 한 걸음, 한 걸음 그리고 꾸준히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마치 마라톤과 같아서이다. 길고 긴 싸움에서 환자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돕고, 건강한 모습으로 ‘자택과 일상으로의 조기 복귀’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오늘도 전 직원이 응원하고 있다. 무릇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환자의 적극적인 자세와 주위의 응원은 불가능했던 것도 가능한 순간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도 그 빛나는 순간을 위해 함께 달리고 있다.

    강윤숙 (희연재활병원 간호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