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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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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나무처럼 살기- 이경숙

  • 기사입력 : 2023-06-08 08: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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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심부리지 않기

    화내지 않기

    혼자 가슴으로 울기

    풀들에게 새들에게

    칭찬해 주기

    안아 주기

    성난 바람에게

    가만가만 속삭이고

    이야기 들어 주기

    구름에게 기차에게

    손 흔들기

    하늘 자주 보기

    손뼉 치고 웃기

    크게 감사하기

    미워하지 않기

    혼자 우물처럼 깊이 생각하기

    눈 감고 조용히 기도하기


    태초에 식물이 있어 지구에 생명을 불어넣고 산소를 내뿜어 종을 번성하게 했으니, 그 덕을 입지 않은 생물이 없다.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서 식물은 먹히는 역할로 은혜를 베풀었다. 특히 나무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며 지구를 푸른 별로 만들어 모든 생명체가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나무는 그 본성이 순하여 모든 힘겨움을 혼자 받아낸다. 성난 바람도 가만히 끌어안아 주고 발아래의 풀들을 칭찬하며 쓰다듬고, 머리 위의 새들과 함께 손뼉 치며 웃는다. 멀리 눈을 주어 구름과 기차에게 손을 흔들고, 괴롭히거나 해코지하는 사람도 미워하지 않는다. 가지는 하늘을 우러러 감사하고, 뿌리는 땅속 깊이 우물을 파듯 명상에 잠긴다.

    내 마음속에도 뿌리 깊은 나무 하나 있었으면. 눈 감고 기도할 때 푸른 향기 그윽하게 피어올라 마음의 상처 스스로 덮을 수 있는 신록을 이루었으면. -김문주(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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