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Here’s looking at you, kid.”- 차상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3-10-24 19:47:04
  •   

  • “얘기나 합시다.”

    “뭔?”

    “그냥~ 여태 말 안 했던 자기 얘기.”

    드라마는 안 봤어도 노래는 다 안다는 그 드라마. ‘멜로가 체질’ 속 한 장면이다. 이때 장범준의 곡을 여성 보컬이 부른 노래가 흘러나온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 스쳐 지나간 건가 뒤돌아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 거야. 다 와 가는 집 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 거야. 한 번 연락해볼까….’

    그때 손석구가 말을 한다.

    “Here’s looking at you, kid.”

    “카사블랑카에 나온 대산데, 하아~ 우리나라에선 참 멋지게 번역했지.”

    “당신의 눈에 뭐가 보이든, 나는….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그리고 손석구는 소주잔을 ‘말 그대로’ 전여빈의 눈동자(라기보단 눈두덩이)에 갖다 댄다.

    드라마에서 손석구는 거의 카메오 정도로 짧게 등장했지만, 전여빈과 손석구의 서사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무튼 ‘Here’s looking at you, kid.’ 한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이렇게 번역한다. ‘널 바라보고 있어, 꼬마야’

    뭐 틀린 해석은 아닌데 꼭 맞는 해석도 아니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그야말로 ‘초월 번역’은 일본어 번역본을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미국번역가협회(?)인가 어딘가에서 가장 잘 번역한 것으로 평가했다고도 하는데, 영화의 전후 맥락에 시대 상황까지 고려한 번역이라는 것이다.

    영화 카사블랑카에는 이 대사가 4번이나 나온다고 한다. 실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나온 대사인지 궁금해서 클립 영상을 몇 편이나 봤는데 두 번은 진짜로 건배하면서 하니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번역은 꼭 들어맞는다. 당시 미국에서 ‘Here’s looking at you’는 즐겨 쓰던 건배사라고 한다. 그리고는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대화하면서 다시 나오고, 마지막은 둘이 이별을 앞두고 험프리 보가트가 하는 말이다. 여기서는 눈 혹은 눈동자는 마음을 담고 있으니 당신의 마음 가는 대로 해라 혹은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든 난 그 마음을 따르겠다. 이런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험프리 보가트의 입버릇 같은 걸지도.

    우리 아이들은 아이돌 ‘뉴진스’의 노래 제목으로만 알고 있는 ‘Ditto’. 나는 듣자마자 ‘사랑과 영혼’을 떠올렸는데 말이다. 영화 속에서 패트릭 스웨이지는 사랑한다는 데미 무어의 말에 Ditto라고 대답해 데미 무어가 실망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그가 자주 쓰는 이 말이 나중에 영혼이 된 그를 알아보는 단서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Here’s looking at you, kid 라는 말 역시 극 중에서 그가 자주 쓰는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자주 했던 애정이 담긴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 ‘사랑과 영혼’의 원래 제목은 ‘Ghost’인데 이것도 초월 번역이라 할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우리나라에서는 ‘상실의 시대’로 번역했다. 비틀스의 노래에서 따온 제목이긴 하지만 노르웨이의 숲보다는 훨씬 느낌이 있다.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둘은 재회한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피아니스트에게 즐겨 듣던 노래를 부탁한다. ‘As Time Goes By’. 윤미래 노래로만 알고 있었는데 또 이렇게 우연히 명화와 명곡을 발견한 소확행의 날이다.

    차상호(사회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차상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