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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대법관 교체, 너무 잦다

  • 기사입력 : 2006-06-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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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이용훈 대법원장은 5명의 대법관 후보를 임명제청하였다. 아직은 ‘제청’이지만.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은 그대로 임명해온 관행에 비추어. 사실상 후임 대법관은 이미 확정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이번 대법관 후보의 인선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그 이전에 뉴스를 접한 필자의 제1감은 “벌써 또 5명이나…” 하는 것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우리나라의 최고법원으로서 개개의 구체적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하여 무엇이 법인지를 확인하고 나아가 장래를 향하여 법을 형성하는 기능을 가진다. 대법관이 1명이라도 바뀌면 종래의 법적 판단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곧 그 나라 법질서의 변혁으로. 나아가 그 나라 정치·경제·사회구조의 변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한 대법관이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자주 바뀐다. 이번에 제청된 5명이 취임하는 다음달 11일 이후에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전원이 2003년 이후에 임명된 분들로 채워진다. 대법원이 처음 구성된 1948년 11월 이후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자리에 있었거나 있는 사람은 이번에 제청된 5명을 포함하여 125명이고. 1980년 이후에만 71명이다. 물론 연임 등으로 인한 중복은 제외한 숫자다. 1980년 이후 우리 국민은 매년 2.7명의 새 대법관을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의 모델이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최고법원이라고 평가받는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어떤가. 1790년 발족 이후 지금까지 배출된 대법원장은 12명. 대법관은 93명에 불과하다. 대법관으로 있다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사람이 2명이니까. 216년간 대법관(대법원장) 역임자는 103명에 불과하다. 43명의 역대 대통령 중 1명의 대법관도 임명해보지 못한 대통령도 4명이나 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카터 대통령(1977~81 재임)도 그 한 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13명과 9명이라는 대법관 숫자의 차이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의 대법관이 임기제인데 비하여 미국의 대법관은 종신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대법관은 재임 기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본인이 사임하지 않는 한 종신토록 재직한다.

      실제로 현재의 대법관 중 최장기 재임자는 1975년 포드 대통령에 의하여 임명된 존 P. 스티븐즈 대법관으로. 무려 30년이 넘게 재직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임기가 6년밖에 안 된다. 헌법에는 대법원장이 아닌 대법관은 연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현행 헌법이 시행된 1988년 이후 연임된 대법관은 없고. 단지 대법관 퇴임 후 중임된 대법관이 2명 있을 뿐이다.

      법관의 임기제와 종신제는 일장일단이 있다. 특히 법원의 보수화와 고루화를 막기 위해서는 임기제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법관의 임기는 너무 짧다. 6년마다 대법원 구성원 전부가 바뀌는 체제 하에서. 일관되고 안정된 법 해석과 장기에 걸친 숙려를 통한 법 창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 점 때문에 헌법도 대법원장이 아닌 대법관의 연임을 허용하고 있을 것이다. 대법관의 임기 연장이 개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면. 우선 헌법이 허용하는 대법관의 연임이라도 가급적 활용하는 방도를 찾을 필요가 있다.

      물론 대법관이 임기만료 후 자동적으로 연임되어서는 안 되며. 또한 연임 여부가 제청권자인 대법원장의 재량이나 정치권력의 자의에 좌우되어서도 안 된다. 재임기간 중의 실적과 능력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평가하여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니면 일본처럼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국민의 투표에 부쳐 대법관 개개인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도 생각해봄직하다.

      대법관이라는 영예를 될수록 많은 사람이 나누어 가지자는 의도가 아니라면. 능력 있는 대법관은 좀 더 오래 재임하면서 일관되고 숙련된 지혜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최영규(경남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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