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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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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월드컵 응원 열기, 국력신장 힘으로

  • 기사입력 : 2006-06-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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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자 국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붉은 셔츠를 입고 거리 응원에 나섰다. 전국 각곳의 시청광장은 어느새 응원 인파로 붉게 물들었다. 홍색 물결에서 한목소리로 터져 나온 “대~한민국”은 하늘 높이 메아리져 태극전사들의 귓전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우리 대표팀이 출전한 경기장에는 어김없이 국경을 넘어 진출한 ‘붉은악마’와 현지 교민 및 독일인 ‘붉은악마’가 한데 어우러져 우리팀을 응원했다. 이국의 경기장을 어느새 홈그라운드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 덕분에 태극전사들은 마음껏 투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비록 16강 진출은 못했지만 월드컵 원정경기 1승 기록과 함께 유럽의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침으로써 우리 팀의 기량이 세계적 수준에 다달았음을 확인하는 등 소중한 결실을 거두었다. 일취월장(日就月將) 욱일승천(旭日昇天)한 한국의 발전과 투지를 목격한 세계인들은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차기 월드컵 때에는 태극전사들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것임을 점쳐 보기도 했다.

    세계가 진정 놀란 것은 한국의 응원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한민족 혼이 담긴 크나큰 메아리로 고동쳐 세계인들의 가슴을 감동의 물결로 여울지게 했다. 한민족의 에너지가 활화산 되어 분출한 그 엄청난 함성을 들은 세계인들은 월드컵 축제의 진정한 승리자는 바로 한국임을 표현하기에 서슴지 않았다.

    축제란 무엇인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모두가 하나되는 의식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의 ‘붉은악마’가 외친 함성 속에는 ‘세계는 하나’란 메시지가 분명 담겨져 있는 것이다. 북·징·꽹과리·장구 등 4물이 빚어내는 오묘한 음향은 바로 사람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신명을 이끌어낸다. 이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 어깨춤을 들썩이며 하나가 되지 않았던가.

    혹자들은 월드컵 응원의 과열을 크게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떤 불미스런 사고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杞憂)였음이 확인됐다. 수백만명이 모여 응원했지만 이것으로 인한 사고는 생겨나지 않았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깨끗했다. 무책임한 응원이 아니라 끝난 후에도 잔잔한 여운을 남긴 멋진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세계인들이 정작 놀라워하는 점도 바로 이러한 우리의 선진질서의식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이 ‘붉은악마’가 되어 목이 터져라 외친 함성에는 현실의 절망을 딛고 일어서서 희망의 탑을 쌓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투쟁과 반목으로 날을 지새는 오늘의 한국 정치에 대해 더이상 기대하려 하지 않고 국민 스스로 꿈과 이상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열망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와 정부는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쏟기 바란다. 특히 노 대통령은 새로운 정책을 시험하려하지 말고 기존의 정책들을 잘 마무리하는데 올인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곳곳에서 복병을 만나 실현되기에 앞서 비틀거리고 있다. 걸림돌을 제거해야만 막혔던 물길이 터이지 않겠는가. 반대세력들이 발목을 잡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불평만 할 일이 아니다.

    차기 정권 창출에만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정치권도 반성하기 바란다. 입으로는 ‘민생 정치’를 들먹이면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한번 성찰해 보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상생(相生) 정치’란 간판에 색칠만 해 두고 정작 ‘상극(相剋) 정치. 투쟁정치’에만 열을 올리지 않았던가. “국민을 위해서”란 말을 입에 담기에 앞서서 국민에게 해(害)가 되는 일만큼은 최소한 하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함성은 바로 국민 스스로 창출한 희망의 목소리다. 이것은 곧 외환위기로 인해 국가가 파탄지경에 이르렀을 때 이 나라를 구해 낸 힘이기도 하다. 국민이 뭘 원하는지 잘 알지 않는가. 정치인들은 제발 국민을 이끈다는 주제넘는 생각일랑 버리고 국민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반성하고 노력해 주기 바란다. 월드컵의 응원 열기를 이제는 국력 신장의 에너지로 전환할 때이다. 다 함께 ‘선진한국’을 창조해 나가는 ‘붉은악마’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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