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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옴부즈맨 칼럼] 지방신문이 살아야 하는 이유 - 김상수(경남신문 옴부즈맨)

  • 기사입력 : 2009-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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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년 전에 ‘해저 2만리’로 유명한 줄 베르느가 ‘20세기의 파리’라는 소설에서 신문의 사망을 예언했다. 20세기 과학이 지배당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과학과 돈에 집착, 인간의 감정과 시(詩)를 희생시키면서 자유(언론)가 짓밟힌다는 것이다. 지난 81년 세계 최대의 뉴스 전문 케이블방송 CNN의 설립자 테드 터너도 불과 10년 안에 모든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얘기는 작금 여론매체의 현실, 특히 인터넷 정보의 범람에 따른 부작용들이 심각해지면서 오히려 신문의 존재가치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최근 장자연 사건을 비롯, 여러 유형의 여론 전달 방식에서 보듯이 인터넷은 한마디로 쓰레기 정보 집합장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인터넷 초기에는 대의민주주의 대안, 사회적 네트워크 기능 등 순기능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대다수가 이런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이 시점에서 신문은 자신의 생존과 미래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지방지는 중앙지에 밀리고 인터넷, 방송에 영역이 침범당하는 등 생존 그 자체의 위협을 받으면서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열악한 자본, 부족한 인원 장비,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에 소비 주체인 젊은 층이 신문을 외면하고 있다.

    중앙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인 지방신문은 본연의 의무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볼 기회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다수 지역민들이 지방신문을 단순한 영리기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방신문의 본질적 기능과 사회적 역할의 기능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방신문이 이에 걸맞은 태도를 보여 왔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이제 지방신문의 종사자들은 화려한 시절의 기억은 잊어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새로 출발하는 심정에서 자신의 뼈와 살을 도려내는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좋은 지방신문이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의외로 간단한 처방에 기준한다. 정확하고 믿을 수 있으면 된다는 것. 이 단순하고 명확한 논리는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권력이나 외부의 압력에 대항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지켜나가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지방신문의 진정한 가치이며 이 점에서 아직 그 어떤 매체보다 경쟁력이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과거 한때 일부 지방신문은 권력의 감시자가 아니라 그들의 대변인 역할에 충실했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심지어 지역 내 한 권력의 패거리로 편입되어 지역민의 바람을 홀대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다변화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데도 게을리할 수 없다. 이는 정보의 부가가치를 높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매체가 다양해지고 정보의 전파 속도가 빠른 시대에 속보경쟁은 의미가 별로 없다.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라 함은 전문성이라 불러도 되고 심층성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지방신문이 이러한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신문의 고유한 사명을 실천하기 위한 명제를 개발하고 독자 아니 지역민을 위해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민이 공동체적인 사회적 네트워크 기능으로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역민 즉 구독자들도 바람직한 지역여론을 원한다면 자신들의 권익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역할도 필요하다. 예로 독자들이 투고, 뉴스 제보, 오보 정정 등 신문 제작에 참여하는 것 등이다. 양질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야 불량상품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지역이 만들어지려면 그 지방의 신문이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결국 갈수록 무뎌져 가고 있는 지역민의 관심 속에서 살아남고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은 시대상황에 따라 춤추는 언론이 아니라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는 올곧은 자세에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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