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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에 대한 단상/홍정명기자

  • 기사입력 : 2010-03-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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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그가 돌아왔다. 회사가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얘기다.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비자금 폭로에 따른 특검 수사로 2008년 4월 22일 퇴진한 이후 23개월 만이다.

    2008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던 그가 2009년 12월 19일 정부의 단독 특별사면 조치로 복권된 지 불과 3개월여 만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달 5일 열린 부친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장에서 “회사가 약해지면 도와주러 오겠다”고 했다는데 이번에 전격적으로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다 안고 떠나겠다”고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다시 돌아온 것이다.

    재계에서는 대한민국 경제계 거목의 복귀를 환영하는 논평을 내놨다. 반면 경제·시민단체들은 구시대 경영체계 회귀의 신호탄이라며 비판했다. 참여연대의 경우 “이 회장의 복귀는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떠안고 가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고 비판했다.

    위기론을 명분으로 돌아온 그를 두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정말 위기인지, 또 위기라고 하더라도 자신만이 그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대개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하는 것은 둘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개인적 욕심, 아니면 이어받은 ‘후배들이’ 못미더워서거나.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지는 모르겠다. 50대 50일 수도 있겠다.

    사실 은퇴했다가 복귀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정계에서는 찾을 수 있다. 김대중씨는 지난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씨에게 패한 다음 날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3년6개월 만인 95년 7월 18일 복귀해 대통령을 지냈다. 또 대쪽이란 별명을 가진 이회창씨도 지난 2002년 12월 대선에서 패한 뒤 정계은퇴를 했다가 4년10개월여 만인 2006년 11월 7일 무소속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은퇴 후 복귀를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잘 된 적도 있다. 하지만 모양새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에서 유행처럼 번지지는 않기를 희망해본다.

    홍정명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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