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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경남사람들은 어떤 집에 살았을까?

■ 개화기의 주거생활사(경상남도 가옥과 취락의 역사지리학)

  • 기사입력 : 2014-01-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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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의 전통적인 주거경관의 특성과 지역구조의 원형을 찾는 동시에 일본제국에 의해 맥이 끊겼던 취락발달사의 멸실 고리를 복원해낸 책이다.

    지리학자인 저자는 갑오개혁을 전후한 시기에 작성된 가호안·양안·호적 등에서 대지·가옥·취락의 호수와 기능 등을 파악함으로써 100여 년 전 경남 주민의 주거생활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이를 위해 10여 차례 답사와 2년간 자료 분석, 10년간 집필한 끝에 결실을 거뒀다.

    한반도 동남쪽에 위치하는 경남은 역사적으로 어느 왕조 때에나 항상 변방에 속했다. 삼국시대에는 통일신라의 서남쪽 변방이었고, 고려~조선의 1000여 년에도 중앙과 400~500㎞ 떨어진 변두리에 속했다. 이러한 사실은 중앙의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된 약점은 다소 있으나 고유의 문화전통을 보존하는 데는 유리했다. 따라서 경남의 가옥과 취락을 주제로 한 연구는 전통문화경관과 지역구조의 특성을 파악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개화기 경남 주민의 약 21.5%가 타인의 토지를 임차해 집을 지었으며, 임차지는 사유지·국유지·공유지의 순으로 비율이 정해졌다. 대지는 대부분 우량농지인 동시에 접근성이 양호한 토지이므로 67.4%가 1등급, 25.8%는 2등급에 속했다. 그러나 김해·진남·진해 등 어염촌의 대지는 5~6등급에 속하는 하등전이 많았다고 한다.

    개화기 취락편제에 큰 변화가 오는데, 갑오개혁 이후의 지방행정기구 개편에 따라 과거의 목부군현(牧府郡縣) 체제는 군현의 등급체제로 바뀌었다. 경남의 31개 군은 1등 군(진주·동래), 2등 군(김해·울산), 3등 군(밀양 등 11개 군), 4등 군(단성 등 16개 군)으로 구분했다. 과거 읍격은 행정적 중요도에 의해 결정했으나, 새로운 읍격은 호구 수, 경제력, 정치적 중요도 등을 고려한 근대적 관점에 따라 확정했다. 개항장 부산포를 낀 동래군이 1등 군으로 읍격이 격상된 점이 이를 증명한다. 개항장인 부산포와 마산포는 각각 동래군과 창원군 강역에 속하나 실제로는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대한제국 정부는 개항장 외국인들의 활동범위를 반경 50리의 간행리정(間行里程) 이내로 한정시켰으나, 이것을 100리권으로 확대함에 따라 경남관찰사의 정치적 기능이 크게 위축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도내 중심취락들의 위상에 큰 변화를 일으켰으며, 나아가 지역구조 개편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책은 6장으로 구분했다. 제1장은 경남의 자연환경과 지역문화가 가옥과 취락의 고유성 형성과정에서 어떻게 기능했는가를 역사지리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제2장에서는 가좌의 소유관계와 규모, 가옥의 규모와 주거생활의 질을 알아봤다. 제3장은 이 지역의 자연환경, 경제, 문화적 배경을 참조해 경남을 중앙저지, 서부산지, 동부산지, 남해안 및 동해안 등 4대 건축문화권으로 구분하고 권역별 가옥의 특성을 살피고 있다. 또 제4장에서는 갑오개혁을 전후한 취락편제의 개편 과정을 살피고, 자연촌 단위의 취락들을 규모별로 구분해 그 특성을 논했으며, 비농업적 기능이 뚜렷한 몇 개의 취락들이 결합해 중심지, 즉 도회로 성장한 배경을 구명했다. 이어 제5장은 대한제국 정부의 지방행정조직 개편이 지역구조의 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살피고 있으며, 끝으로 제6장에서는 주요 도회의 순위-규모분포상에 볼록한 형을 띤 것으로 보아 개화기 경남 중심지의 순위-규모분포상이 아직 전형적인 농촌형 모델에 속했음을 파악했다.

    저자는 “연구 대상지역을 경남으로 한정한 이유는 이 지역이 수도권을 제외하면 일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활용 가능한 연구 자료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개화기의 전통가옥과 취락문화의 원형을 발굴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경상남도의 연구 성과를 타 지역에도 적용해볼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최영준 저, 한길사 간, 2만6000원 

    정오복 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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