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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봄을 기다리는 식물의 겨울나기

잎이나 가지·꽃이 될 ‘나무의 겨울눈’
비늘잎·털 등으로 싸여 추위 이겨내
시금치는 당 함량 증가로 어는 점 낮추는 전략 식물

  • 기사입력 : 2014-01-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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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팔 홍 (경남과학고 교사·이학박사)


    찬바람이 불고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은 두툼한 외투로 온 몸을 칭칭 동여매도 사람의 체온이 더욱 절실해지는 계절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사람들은 보일러에 기름을 채우고 두툼한 방한복을 준비하며 김장을 한다. 동물들은 월동을 위해 털갈이를 하거나 몸에 지방질을 비축하거나 아니면 동면에 들어간다.

    식물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떤 방법으로 날까?

    소나무, 노간주나무, 광나무와 같은 늘푸른나무는 잎이 지지 않은 채로 겨울을 난다. 특히 소나무의 경우 겨울이 다가오면 지방의 함량을 더욱 높여 겨우내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기공 주변에 두꺼운 세포벽과 아주 두툼한 왁스층을 만들어 효과적으로 열과 물을 관리한다.

    반면에 잎이 지는 갈잎나무는 잎을 떨어뜨린 채 겨울눈을 만들어 놓고 겨울을 난다.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 끝을 자세히 살펴보면 잎이 있던 자리에 볼록하게 나온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겨울눈이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나무의 겨울눈은 털이나 비늘잎에 싸여 있거나 단단한 껍질 또는 송진에 싸여 있다. 잎을 떨군 나뭇가지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겨울눈에는 봄이 되면 잎이나 꽃이나 가지가 될 어리고 연한 조직이 있다.

    비늘잎으로 싸여 있는 경우는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등이고, 비늘잎의 겉에 솜털이 있는 경우는 목련, 갯버들, 오동나무 등이다. 철쭉, 침엽수 등은 비늘잎의 겉에 진액이 덮인 눈이 있다.

    겨우내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도 갈잎나무와 마찬가지로 겨울눈이 있다. 겨울눈은 봄에 무엇이 되느냐에 따라 꽃이 피면 꽃눈(花芽), 잎이 되면 잎눈(葉芽), 가지가 되면 가지눈이라 한다. 또는 꽃과 잎이 같이 나오는 눈도 있는데 이것을 섞임눈이라고 한다. 겨울을 겪어 낼 겨울눈이 없다면 그 식물은 새 봄을 기약할 수 없다. 그래서 겨울눈은 어려움의 상징인 동시에 희망인 것이다.

    노루발, 보춘화, 맥문동 등은 늘푸른풀이라 잎이 싱싱하게 살아서 겨울을 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풀은 땅위의 줄기가 말라죽어 씨를 남기거나 땅속줄기 또는 뿌리가 살아남아서 겨울을 난다.

    이 외에 개망초, 냉이, 뽀리뱅이, 지칭개, 달맞이꽃처럼 잎이 꽃방석 모양으로 돌려 나 땅바닥에 찰싹 붙어 자라면서 땅의 열기를 받아 겨울을 나는 로제트(Rosette) 식물도 있다. 시금치와 같이 겨울이 오면 당 함량을 증가시켜 어는점을 낮춤으로써 추위에 얼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가진 식물도 있다.

    식물의 세계에서 겨울은 인고의 시기이면서 동시에 봄빛이 들어오는 길목이다. 식물들의 겨울나기를 살펴보면 겨울이나 삶의 어려움도 미리 준비하면 견뎌내기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운 겨울 참아내며 봄을 기다리는 식물들에게서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지혜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팔홍(경남과학고 교사·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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