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5일 (일)
전체메뉴

[가고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차상호 사회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2-07 11:00:00
  •   


  •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봄이 왔으니 크게 길하고 좋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아지라는 뜻이다. 예부터 입춘에 입춘첩 혹은 입춘방을 안팎에 붙였다. 그런데 올해 입춘인 지난 4일에는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쳤다. 경남에서도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도내 전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지는 등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포털사이트마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춘래불사춘은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지은 ‘소군원’이란 시의 한 구절이다. 전한(前漢) 시대 걸핏하면 쳐들어오는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 한(漢)나라 원제(元帝)는 화친을 명목으로 흉노 왕에게 공주를 보냈다. 그러나 귀한 공주를 보내지 못하고 궁녀를 공주로 속여 보냈는데, 하필이면 천하절색인 ‘왕소군’이 뽑힌 것이다. 왕소군은 서시, 초선, 양귀비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4대 미녀로 꼽힌다. 아무튼 꽃이 피는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다며 왕소군이 오랑캐의 왕비가 된 것을 개탄한 시가 바로 소군원이다.

    ▼당나라 시인의 시구가 우리나라에서 회자된 것은 1980년 ‘서울의 봄’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 10·26 사건 이후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긴급조치가 해제되고 재야인사들이 복권됐다. 이듬해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와 유신헌법 개정논의를 진행하는 등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프라하의 봄에 빗대 서울의 봄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러나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다시 삭풍이 몰아쳤다. 김종필 전 총리가 현실에 빗대 춘래불사춘이라고 언급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입춘 한파에 이어 6일에는 경남 일부 지역에 눈이 내리는 등 한파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나마 추운 마음을 녹일 소식이 전해졌다. 남과 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다고 한다. 지난해 추석 무렵 이산가족 상봉 직전에 무산된 후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가족이 있어도 만나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은 까맣게 타버렸다. 이번 상봉은 금강산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북녘이라 봄은 더 늦게 오겠지만 이산가족의 만남은 그 어느 봄소식보다 따스할 것이리라.

    차상호 사회부 차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차상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