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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혁신을 혁신하는 교육정책- 김재호(경남애니메이션고 교장)

  • 기사입력 : 2014-04-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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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아이들과 독일 아이들의 과제활동 실험이 TV에 방송된 적이 있다. 실험에 선발된 아이들이 하는 과제는 혼자서 하는 수학 문제 풀기와 여럿이서 스토리를 만드는 문제였다. 첫 번째 과제는 수학 문제였다. 문제 수준도 학년에 맞지 않는 꽤 어려운 방정식이 들어갔다. 우리 아이들은 사전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시간 내 거뜬히 해결했다. 하지만 독일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도무지 풀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무척 우수하다는 것을 느껴 마음 든든했다.

    두 번째 문제는 여럿이 낱말 카드를 조합해 논리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문제였다. 문제가 나오자 우리 아이들은 누가 역할을 맡느냐 하는 데서부터 다툼이 일어났다. 어떤 일은 자기가 맡겠다는 주장, 어떤 일에서는 절대 못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우여곡절 끝에 역할이 배분됐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만드는 부분에서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이렇게 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독일 아이들은 어떤 일이든지 타협하고 화기애애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두 실험이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은 혼자 공부와 혼자 일에 익숙하지만 생각을 나누는 일, 더불어 일을 하는 방법은 경험하지 못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우리 교육은 머리로만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번 선거 때마다 교육혁신이라는 이름을 내건다. 이는 이전의 교육이 잘못됐다는 전제인데, 혁신 이후에 또 혁신을 부르짖고 있는 교육정책은 혁신의 대상이 된다. 혁신을 빙자한 대학입학 제도의 혼란이 그렇지 않은가. 그 결과 교육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국민은 우왕좌왕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혁신을 말하기 전에 기본을 찾아야 한다. 공자님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고 했다. 바꿀 수는 있지만 과거의 가치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 늘 과거를 부인한다. 그래서 이름도 바꾸고 정책도 뒤집는다. 우리나라 교과서 주기가 세계에서 제일 짧은 것이 단적인 예이다. 그래야 자신의 성과를 높게 인정받아 표를 얻는 데 유리하다. 그 결과 변화는 있되 철학은 사라졌다. 기본도 사라졌다.

    유대인의 교과서(탈무드)는 2000년이나 됐지만 유대인은 세계에서 노벨상을 많이 수상한 민족, 미국의 최고 대학에 가장 많이 입학한 민족,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민족이다. 2000년이나 지나도 나라를 되찾은 민족이기도 하다. 이들의 교과서가 우리처럼 매년 바꾸고 매년 혁신했다면 노벨상을 많이 받았을까.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공부의 희생자로 만들지 말자. 성적이 좋다는 것과 행복하다는 것은 다르다. 학교는 시험성적을 올리는 곳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배우는 곳이 돼야 한다. 우리 교육이 이젠 함께하며 머리로만 가르치려 들지 않고 몸으로 가르치고 가슴으로 가르치는 교육이 돼야 한다. 그것이 혁신보다 중요하다.

    김재호 경남애니메이션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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