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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정신 못 차리는 대한민국- 김인혁(창원문성대학 사회복지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4-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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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필자의 이번 시론 칼럼을 위한 집필구상은 6·4지방선거 게임규칙의 난맥상과 출마자들 공약의 허구성에 일침을 가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 이게 무슨 일인가. 서해바다. 악마의 유령이 젊고 순수한 영혼들을 먹이로 삼키고 있을 때 수호천사들은 무얼 하고 있었나? “뭐하기는, 천사들 날개 다 뜯기고 악마에게 노예처럼 팔린 지가 언젠데….” 그간에 많은 필객(筆客)들이 이번 해난 참사 관련 글들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 역시 이 억하심정의 사태를 두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억울하게 수장(水葬)된 영령들을 애도하는 심정으로 글을 한 편 바치고 싶었다.

    악마들이 우글거리는 게 분명하다. 선장을 필두로 제일 먼저 도망쳐 나온 열다섯 선원들이 그렇고…. 이들 소속 해운회사가 그렇고, 감독기관이, 정부가, 정치가 그렇고 그렇고… 또 그렇다. 억울하고 분하다.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자들이 악마의 유령과 손잡고 동행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이 정신 못 차리고 왜 이러나?

    최근 국제경영개발원(IMD) 발표에 따르면 국가경쟁력 22위, 1인당 국민소득 2만6205달러라고 한다. 그러나 무고한 국민의 생명 하나 온전히 지켜내지 못하는 나라가 무슨 제대로 된 나라냐. 제 아무리 소득이 높아진들 무슨 소용인가. 제 자식 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는데. 한마디로 한국사회가 내재(內在)한 압축성장의 근본 오류다.

    정부가 국민안전의 통합 컨트롤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고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꿔 새로 출범한 박근혜정부. 지난해 5월엔 국민안전종합대책도 발표하고, 안전정책조정회의도 신설했다.

    그러나 달라진 게 뭐가 있나? 위기대응과 수습은 허둥대고. 여객선 안전은 해경이, 화물선 안전점검은 해양수산부가 따로 따로 담당한다는 이 기막힌 정부의 공공서비스 생산과 관리 시스템. 여객선과 화물선이 해난사고 앞에서는 똑같은 배가 아닌가? 뭐 이 정부에서만 그런 게 아니니 여·야 정치권 모두 이러한 한심한 공공서비스 관리자라는 입장에서 죄가 크다. 현 19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재난안전관리 관련 법안(유사 법률개정안 포함)이 180건이나 된다 하니 더욱 그렇다.

    정부에서 선박검사를 위임받은 ‘한국선급’은 1960년 출범 이후 11명의 회장 중 8명, 선박운항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해운조합’은 1962년 이후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다. 선미증축·구명뗏목 검사와 관련 있는 ‘한국선급’. 화물적재량과 선원수·승객수 관리에 직접 책임 있는 ‘한국해운조합’. 이들이 해양마피아, 해양악마의 유령이 아니고 무엇인가. 21년 전 292명이 숨진 서해훼리호 참사 역시 이번 참사와 판박이였다. 그동안 달라졌는가?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정부를, 감독기관을, 선장을, 어느 것 하나 믿을 수가 없다.

    이러한 우리의 자화상에서 우리가 살기는 나아졌어도 우리를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해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와 규범으로서의 사회적 자본이 형편없음을, 형편없이 빈곤함을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탈리아 지방정부들의 자치효과에 대한 풋남(Putnam)의 비교연구 이후 크게 부각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에 이제 ‘정말’ 주목해야 한다,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역할에 대한 신뢰·명명백백한 진실·철저한 안전·효율적 공공서비스·건전한 네트워크·능력 있는 위기관리가 사회적 자본으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남 탓 하지 말고 우리 자신, 나부터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만이 세상 모두 돈에 정신 팔려 눈멀게 하지 않고, 수장된 영혼들을 진정 위로하는 길일 것이다.

    김인혁 창원문성대학 사회복지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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