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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누군가 울고 있을 6월에- 전외숙(창원보훈지청장)

  • 기사입력 : 2014-06-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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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6월이 오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메마른 눈물로 누군가는 울고 있을 6월의 산하는 경건한 빛깔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여름으로 향하는 신록의 고운 빛깔을 가득 담아 조국의 수호신이 되신 호국영령의 텅 빈 묘비에 가득 채워주고 싶다.

    지난 5월 지리산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는데, 지리산 어느 골짜기를 지날 때 차창 밖으로 언뜻 낡은 충혼탑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차를 세우고 충혼탑에 가보니 세월의 이끼 속에 묻힌 낡은 모습의 충혼탑은 더욱 쓸쓸해 보였다. 언제 누가 놓고 갔는지 충혼탑 헌화대 위에는 하얗게 변색된 채 비닐로 덮여 있는 국화 한 다발을 볼 수 있었다. 꽃은 비록 퇴색됐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이 잔잔하게 전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충혼탑 경내를 둘러보다가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국군용사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보니 그 동상에 거미줄이 드리워져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거미줄을 걷어내면서 이것이 나라사랑의 현주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스승의 날에 서울 현충원에서 정성스럽게 비석을 닦고 있던 중학생들의 모습들이 생각난다. 철없는 개구쟁이 티를 벗어버리고 비석을 닦는 그 순간만은 나라를 위해 전사하신 호국영령께 경건한 마음으로 감사의 묵념을 올렸을 것이다.

    이스라엘 사해 근처에 ‘마사다’라는 요새가 있는데, AD 70년 이스라엘의 야일 장군과 용사들은 로마의 침략에 끝까지 저항하다가 함락 직전에 전원이 자결한 장소이다.

    이곳이 외세항전의 국가적인 호국성지로 지정된 이래 지금도 이스라엘의 신병들은 이곳에 와서 ‘마사다는 망하지 않는다’라는 선서 의식에 참여해 호국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기며, 누군가 울고 있을 이 6월에 보훈가족의 아픔을 내 가슴으로 보듬는 성숙한 우리들이 돼야 할 것이다.

    전외숙 창원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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