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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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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고 싶어요. 간절히 꿈꾸면 이뤄진다는 것을”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 실제 주인공 경남 '희망FC' 어린이들
축구선수가 꿈인 병훈, 성훈, 영선, 유건…
영화 찍은 2~3년 전보다 더 늠름해져

  • 기사입력 : 2014-11-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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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의 주인공들이 마산 중리초등학교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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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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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를 하면요, 힘들었던 게 다 없어져요.”

    영화배우들이 마산 중리초등학교 운동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주 개봉한 임유철 감독의 ‘누구에게나 찬란한’에 나온 ‘희망FC’ 아이들이다.

    이 영화는 경남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로 만든 축구팀을 다룬 다큐다. 할머니와 둘이서 살고 왕따를 당하던 병훈, 축구하는 아들의 모습을 좋아하셨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간 성훈, 충분치 못한 사랑 때문에 친구들과 문제를 일으켰던 영선을 비롯해 유건, 민재, 수민, 규안, 승우, 준영 등이 출연한다. 아이들은 축구를 하게 해달라고 울고,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떠나갈 듯 소리친다.

    지난 9일 오전 연습을 갖고, KFA클럽리그 경남남동리그 1위 팀인 창원 하이파이브와 연습경기가 있는 날 이들을 찾았다.

    2~3년 전에 찍은 영화 속 모습보다 키가 크고 늠름해진 소년들은 축구실력이 한층 성장했다. 저마다 노력한 결과다. 골키퍼를 맡은 준영이는 축구를 위해 살을 빼라는 감독의 주문에 2주 만에 12㎏을 뺐다. 새벽에는 뛰고 밤에는 줄넘기를 1만 개씩 했다. “둔했는데 살을 빼니 순발력이 늘어 반응속도가 좋아졌어요.” 병훈이(사진)는 드리블을 잘하기 위해 시작한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발로 계속 공중에서 차는 것)을 500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영화에서 축구를 그만뒀다 돌아와 눈물을 흘리던 수민이도 부쩍 실력이 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크게 자란 것은 마음이다. 아이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어릴 때의 행동이 부끄럽단다. 영선이는 “친구들이 놀렸다고 화내고 싸우고 울었던 장면이 있어 쪽팔린다”며 “저때보다는 화도 덜 내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꿈을 이어가고 있기에, 다른 친구들도 자신들처럼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어른스러움도 내비친다. 스트라이커 성훈은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꿈꾸는 축구를 한다는 걸 또래 친구들도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아이들이 계속 축구를 할 수 있는 까닭은 김태근 감독과 이은경 단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창단 초기만을 다룬 것이라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원래 구단주는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경남지부였으나, 이곳을 떠나 아이들은 김태근 축구교실에 들어갔다. 구단주도 없고, 뚜렷한 단체도 아니어서 지원 신청도 못했지만 영화 마지막 자막처럼 훈련이 중단되지 않았다. 김태근 감독이 지금껏 무보수로 아이들을 지도했다. 친구들과 자고 놀며 축구하고 싶은 아이들이 합숙하자고 조르면 김 감독은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갔다. 아이들을 웃게 하는 축구, ‘우리’를 생각하는 축구가 김 감독이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영화를 보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바람과 달리,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우리지역 영화인데도 도내 상영관은 5곳(CGV창원, CGV진주, CGV김해, 메가박스 경남대, 메가박스 창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조조나 심야영화로 배정돼 있어 보기가 더욱 어렵다.

    축구교실에 다니는 아이 둘을 둔 장소영(38·마산회원구 내서읍)씨는 “우리 지역 이야기고, 아이들도 볼 수 있는 따뜻한 영화인 만큼 영화관에 요청하거나 해서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후원 문의 ☏ 010-3562-2507. 글·사진= 이슬기 기자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경남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단 ‘희망FC’ 창단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지난 6일 개봉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이 잊고 있던 꿈을 일깨워준다. 배우 김남길이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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