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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2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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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대로 ‘빌바오 효과’를 거두려면- 박옥순(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1-05-11 20: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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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중섭(1916∼1956) 화백은 대구로 몸을 피했다. 그곳에서 전시회를 열기 위해 맥 타거트 대구 미(美) 공보원장을 찾아갔다. 화백이 내민 소 그림들을 보고 타거트는 “힘이 넘치는 황소는 스페인 투우를 그린 것 같다”며 전시회 개최와 작품 구입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중섭은 그림을 팔지도, 전시회도 열지 않았다.

    “내 그림은 스페인의 소가 아닌, 착하고 고생하는 한국의 소”라는 이유였다. 결국 공보원장은 다른 사람을 통해 그 그림을 살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소는 인간과 겨루는 경쟁 대상이고 힘의 상징이며 투쟁의 도구일지 모르나, 한국인에게 소는 한솥밥을 먹는 살아있는 입이라는 뜻으로 ‘생구(生口)’(혈연가족을 가리키는 식구와는 다른 말)라 불렀다. 화백은 고단한 우리 민족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공보원장의 해석에 마음이 상했던 게다.

    이 일화가 떠오른 것은 최근 삼성가(家)가 국가에 기증한 미술품 중 이중섭의 〈황소〉가 있다는 기사를 보고서다. 국가에 기증했다니 언젠가 ‘생구’를 그린 이중섭 그림을 눈앞에서 보겠구나 생각이 들자, ‘이건희 컬렉션’을 바로 내가 사는 지역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예닐곱 개의 자치단체들이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경남에도 창원과 의령, 진주가 손을 들었다.

    취지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혁신도시를 웃도는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더 설명할 필요 없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한마디로 끝난다. 단 하나의 건물로 쇠락한 공업도시를 살려놓았으니 그 도시 이름을 딴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나는 여러 도시들 중 창원의 제안이 가장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창원시는 이건희 미술관이 표면화되기 훨씬 전인 지난해 3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부지도 마련했다. 마산이 낳은 세계적 조각가 문신의 미술관이 마주 보이는 해양신도시 터다. 이미 창원시는 국내 유수의 예술단체들과 업무협약을 맺는가 하면 시민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마산해양신도시의 전체 밑그림을 한때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게 맡겼는데, 이 건축가가 바로 구겐하임미술관을 디자인했다는 사실도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유유히 흐르는 네르비온 강을 앞에 두고 웅장하게 서 있는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삼면에 마산만을 낀 이건희 미술관을 떠올려 보는 건 나 혼자 만의 생각일까. 빌바오가 급락한 도시의 위상을 구겐하임으로 살려낸 것처럼 마산도 전국 7대 도시였던 영광을 꿈꿔 볼 수는 없는 걸까.

    미술관은 소장품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로도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게 구겐하임의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구겐하임의 완성은 네르비온 강이다. 네르비온이 없었다면 구겐하임도 없었을 것이다. 번잡한 도심이나 황량한 농촌 들녘이 아니라, 시시각각 표정을 달리하는 남녘의 바다를 굽어보는 미술관이라면 삼성가(家)도 반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옥순(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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