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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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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뜨거운 괴물-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3-06-12 19: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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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짙은 주홍빛 하늘은 공포였다. 뉴욕을 삼킨 건 국경 넘어온 산불 연기. 역대 최악의 캐나다 산불 기세가 누그러들 줄 모른다. 캐나다 동부에서 확산한 산불은 우리나라의 40%에 달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고 이젠 서쪽으로 번지고 있다. 산불이 뿜어낸 연기는 바람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주 동부지역 대기를 엉망으로 만들어놓더니, 대서양을 건너 수천㎞ 떨어진 유럽에까지 닿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촉발한 재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상기온은 감지된다. 지난봄은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3~5월 전국 평균 기온은 13.5도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일찍 꽃망울을 터뜨린 벚꽃을 그저 반가워해선 안 될 일이었다. 다른 나라도 ‘뜨거운 몸살’을 앓고 있다.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200년 만의 폭염을 겪고 있고, ‘얼어붙은 땅’ 시베리아는 40도에 육박하는 이상고온에 시달린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더 뜨겁고 더 큰 놈이 오고 있다. 이름하여 ‘슈퍼 엘니뇨’. 적도 부근 동태평양 바다의 수온이 평년보다 0.5도 높으면 엘니뇨, 2도 이상 높으면 슈퍼 엘니뇨로 분류된다. 슈퍼 엘니뇨는 폭염·폭우 등 극단적 기상이변을 불러올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을 준다. 농산물 생산 차질로 인한 식량 위기는 물론 바다 생태계 변화, 전염병 확산 같은 연쇄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후위기는 현실이다. 뜨거워진 대기는 산을 태우고 삶의 터전을 태운다. 뜨거워진 바다는 큰비를 부르고 강한 태풍을 부른다. 열 받은 지구의 ‘물불 안 가리는’ 경고다. 폭염·가뭄·홍수·폭설·혹한 같은 기상이변은 ‘인간이 만든 괴물’이다. 뜨거워지는 것들 앞에서 뜨끔해진다. 쓰레기를 만들어낸 어제와 에너지를 함부로 쓴 오늘이 모여 더 뜨거운 내일이 된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닥쳐올 폭염을 원망 말자. 지구를 열 받게 해놓고 나 몰라라 한 우리 탓이 크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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