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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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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산란… 로드킬에 내몰린 두꺼비

마산 묵지마을서 50여마리 ‘떼죽음’
환경단체 “창원시 실태조사 나서야”
시 “이동통로 불가, 현수막 설치할 것”

  • 기사입력 : 2024-02-18 20: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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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5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묵지마을회관. 마을 진입 도로 입구에 50여 마리의 두꺼비 사체가 200m가량 이어져 있고 그 사이로 두꺼비 무리가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건너고 있다. 일부 차량은 두꺼비가 지나갈 때까지 잠시 차를 세웠고, 도로변 경계석에 막혀 오가지 못하는 두꺼비를 도로 밖으로 대피시키는 주민도 눈에 띄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들이 알을 낳을 장소를 찾아 서식지인 산에서 내려와 물가로 이동하던 중 도로에서 차량 바퀴에 깔려 죽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날 찾은 묵지마을회관 주변은 인근에 이동 통로가 없어 산에서 내려온 두꺼비들이 도로에서 40m가량 떨어진 묵지골 소류지(저수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왕복 2차로 도로를 건널 수밖에 없다. 목숨을 건 두꺼비의 사투에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지난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묵지마을회관으로 진입하는 도로 위에 차량에 깔려 죽은 두꺼비 사체들이 방치돼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묵지마을회관으로 진입하는 도로 위에 차량에 깔려 죽은 두꺼비 사체들이 방치돼 있다./성승건 기자/

    주민 김모(90)씨는 “매년 두꺼비들이 알을 낳으러 소류지로 가는데, 올해는 유독 많다”며 “아스팔트에 거뭇거뭇한 것이 다 두꺼비가 죽은 흔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씨는 “운전하다가 처음엔 뭔지 모르고 피하려 했는데 너무 많아 피하지도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두꺼비는 생태계가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환경 지표종이자 기후변화 지표종이다. 두꺼비들은 절기상 경칩 전후인 2~3월이 되면 새끼를 낳기 위해 산에서 내려와 물가로 이동한다. 서식지에서 산란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을 당하는 현상은 부화한 새끼들이 서식지인 산으로 올라가는 5월 중순 되풀이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에 생태계 전문가들은 창원시가 실태조사에 나서 두꺼비 이동 통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영호 경남양서류네트워크 대표는 “창원 람사르생태공원과 창원기계공고 일대 등 창원 곳곳에서 두꺼비를 비롯한 양서류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광양시나 수원시를 비롯한 다른 지자체에서는 두꺼비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이동 통로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창원시도 관심을 갖고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창원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두꺼비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현수막을 제작해서 설치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워낙 지나가는 길이 넓다 보니 이동 통로를 구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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