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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의료사고 분쟁 해결 열쇠는 ‘의무기록’- 김지숙(마산대 보건행정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11-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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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수 신해철씨의 죽음을 계기로 의료소송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심증만 있고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워 당황한다. 병수발을 드느라 지출이 많았던 환자 측 입장에서는 2~3년간 진행되는 소송을 버티는 것도 부담스럽고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사고 발생 후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장례를 치르기 바쁘다. 화장까지 다 마치고 나면 문제를 제기할 의욕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의사의 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가 의무기록이므로 이것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진료·처치·수술 기록을 비롯해 처방·투약기록, 간호일지, 영상자료 등 각 병원마다 구체적인 명칭이나 종류는 차이가 있으므로 의무기록의 사본 교부를 신청할 때에는 반드시 전부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환자 당사자나 법적 대리인이 의무기록 열람이나 복사를 신청해 제공받는 것은 의료법이 인정하고 있는 권리이다.

    의료인은 정직하게 진료기록을 작성하고 환자나 환자 가족의 요구가 있는 경우 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의료인이 의료소송에서 자신의 과실을 감추기 위해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추가 기재·수정하는 등의 행동을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료소송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경우 소송 당사자 간에 요구되는 공정한 게임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 의료인 측의 과실을 추정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조정중재를 통해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조정신청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의료기관의 참여 여부가 의무조항이 아니다 보니 조정 불참 비율이 98.6%로 매우 높다. 중재원이 1년차에 총 133건을 조정했는데 100건이 500만원 미만이다. 5000만원 이상은 3건밖에 되지 않는다. 즉 금액이 높을수록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료사고 소송에서 환자 측이 병원을 상대로 전부 승소한 경우는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정보와 전문성에서 우위에 있는 병원 측이 ‘갑’일 수밖에 없어서 중재원의 조정 참여 의사를 거부하고 법정에 서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신씨의 수술을 했던 S병원이 작성한 의무기록에 진료항목이 빠져있거나, 일부는 손으로 작성했고 수술 당시의 정확한 기록을 남기지 않은 데다 수술 전체를 촬영한 동영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기록을 성실히 작성하지 않아도 병원 내부의 문제로 여기고 아무런 법적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누구의 말이 맞느냐의 판단 근거는 진료기록부밖에 없다. 만약 의무기록에 ‘금식 지시’라고 기록돼 있는데 유족이 ‘우리는 못 들었다’고 주장해도 법정에선 의무기록에 쓰인 것을 인정한다. 따라서 불의의 의료사고를 예방하려면 의무기록에 쓰인 의료진의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

    부검을 거친다면 과실입증이 한결 쉬워지지만 신씨처럼 부검까지 실시하는 일은 드물다.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인 이유로 시신 훼손을 염려하는 유족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참여율과 조정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소액 사건이고, 의료기관이 조정 참여를 거부하면 조정신청 자체가 각하되는 이러한 문제점 등을 다방면으로 심층적인 재검토를 통해 향후 제도적으로 보완해 의료사고 입증 체계 문제점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김지숙 마산대  보건행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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