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 프로젝트] (28) 간호사가 꿈인 라희
세상 떠난 엄마 그립고 힘든 일 하는 아빠 걱정아빠 하루종일 일해도 빚 ‘눈덩이’공부 어려워도 학원은 엄두 못내
- 기사입력 : 2016-11-1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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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희(가명·15)는 9살 때 엄마를 잃었다. 라희가 태어날 때는 남들이 부러워할 가정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당시 아빠는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힘들어졌다. 대출을 받아 직원 퇴직금을 정산하고, 집을 월세로 옮겼다. 아빠는 최선을 다했지만 엄마에게 생활비를 주지 못할 만큼 형편은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엄마는 간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치료할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그러다 급성간암으로 어린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9살 때 급성간암으로 엄마를 떠나보낸 라희가 아동상담교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이후 아빠는 좌절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생활이 힘들어질수록 술을 마시는 일이 더 많아졌고, 생활비를 대출받고 빌리다 보니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어린 자녀를 생각해 마음을 다잡고 취업을 하려고 해도 정규직으로 받아 주는 곳은 없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생존을 위해 주유소 알바를 시작했다. 자영업을 하면서 사장님 소리를 듣다가 주유소 알바를 하기까지는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이를 악물었다.
아침에는 택배 일을, 낮에는 공장 아르바이트, 저녁에는 주유소 일을 했지만 한 달 수입은 120~130만원에 불과했다. 아직 갚지 못한 세금 450만원, 대출금 2000만원이 있지만 월세 50만원과 공과금, 생활비 등을 사용하고 나면 이자 갚기도 쉽지 않다. 아무리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해도 아이들은 커 가고, 빚은 갚아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라희를 챙겨줘야 하는데 시간도 없고, 여력이 없어서….” 라희 아빠는 잠시도 쉴새 없이 일하다 보니 라희를 돌봐주기가 쉽지 않다. 잘 먹지 못하고,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몸을 혹사하다 보니 그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빠는 중학교 3학년인 사춘기 딸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챙겨주지 못할 때 많이 속상하다고 했다.
라희는 중1 때 반장 선거에 나갔다가 엄마가 없다는 것을 안 친구들의 수군거림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우울하게 지냈지만 지금은 괜찮다며 애써 밝은 미소를 지었다.
라희의 꿈은 간호사다.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수학이 많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아빠가 고생하는 것을 잘 알기에 학원에 보내 달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라희 엄마가 생전 어린 딸에게 “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니 네가 결정해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라희는 이제 이웃집 언니나 엄마 친구들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
라희는 오빠와 아빠, 셋이서 살고 있다. 오빠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사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이 있지만 라희는 혼자일 때가 많다. 세 식구가 얼굴 마주보고 함께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 번 될까 말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아직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라희가 용기를 내 살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김정민 기자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달 10일자 신생아 때부터 신부전증 앓는 정훈이 후원액 375만5000원(특별후원 BNK경남은행)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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