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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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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학교 다니고 싶었지만…” 학폭 피해학생 결국 전학

학교에 ‘공동체 회의’ 요구했지만
‘발언내용 사전제출’ 조건에 포기

  • 기사입력 : 2023-07-11 20: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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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2개월 동안 A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4명의 상급 학생들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 B군이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7일 5면  ▲도내 기숙형 고교 ‘학폭 대물림’ 의혹 )

    B군 측은 학교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지만 그 기회마저도 무산됐다며 분개했다.

    B군은 당초 관할 교육지원청 학폭대책심의위원회에서 처분 결정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생활하며 졸업까지 할 생각이 있었다고 전해왔다.

    지난달 23일 관할 교육지원청으로부터 학교폭력대책심의위 결정을 통보받은 이후에도 실망은 했지만 전학만큼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B군 부모 측은 학교 내 공개회의를 통해 그동안의 상황과 생각 등을 밝히고, 이후 학교가 생활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다닐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회마저 무산되면서 B군과 부모는 타 학교로 전학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B군 부모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학생 중심의 학교 문화와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른바 ‘공동체 회의’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안 등은 매주 수요일 전교생과 모든 교사, 그리고 학부모 등 3주체가 참석하는 공동체 회의를 통해 공유하고 벌칙이나 생활 규율 등을 결정한다.

    B군 측은 이 자리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이런 악습을 없애고자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학교 측에 요청했다.

    B군 부모에 따르면 B군은 공동체 회의에서 그동안 학교에서 벌어졌던 일과 자신의 감정, 그리고 이러한 학폭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이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B군이 스마트폰을 통해 남긴 메모에도 “내가 지금 버티고 있는 이유는 주변에 친구들과 좋은 형들이 있어서 버티는 것”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적었다.

    학교 측은 내부 검토를 통해 이달 5일 공동체 회의에서 B군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학교측이 회의에서 발언 내용을 먼저 제출해 줄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무산됐다.

    B군 부모는 학교에서는 안전조치가 필요하다고 하는 등 제약사항이 추가되면서 마지막 발언 기회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B군은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못하고, 내가 당한 것만 얘기하고 그러면 다른 학생들은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는지”라며 “그럼 그 자리가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냐”며 실망했다고 부모는 전했다.

    B군 부모도 “이래서 조심스럽고 저건 저래서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등 더 갑갑해져버린 마음에 분노가 치민다”며 “화가 차올라 검열받는 기분으로 우리가 더 무슨 얘기를 하겠나. 결국 아이와 논의 끝에 다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A학교 교장은 “공동체 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겠다고 해 지난 5일 계획하고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혹시나 모를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최소한의 안전조치에 대한 안내를 드렸다. 3일 월요일까지도 예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학교 자체 회의를 통해 검토한 결과 공동체 회의에서 필터링 없이 너무 감정을 쏟아내면 혹시나 또 그 (가해자)친구 4명을 포함한 공동체 전체에 피해가 가거나 본인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감정이 앞설 수 있어 발언 내용을 미리 요청드린 바 있다. 그런데 돌연 피해자 측에서 취소해버렸다. 이게 너무 검열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 아쉽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해학생 4명에 대해서는 가담 정도에 따라 출석정지, 학급교체, 학생 및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보복행위 금지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학교폭력 /출처 : iclickart/
    학교폭력 /출처 : iclickart/

    이민영 기자 mylee7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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