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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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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 이마 칼 꽂혀 50일간 지냈던 남성, 지금은?

칼 제거 수술 성공했지만 후유증으로 안면 일부 마비
직장 못 구해 생활고 토로
왼쪽 얼굴 일부 마비되고 일자리 찾을 수 없어 생활고

  • 기사입력 : 2015-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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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진주시 신안동의 자택에서 사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박기준씨. 미간에 칼이 꽂혔던 흉터 자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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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당시 엑스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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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삶이 바뀐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지난 2014년 2월 26일 오전 6시 30분, 평소처럼 인력사무소에서 나오던 그를 향해 한 남성이 뭔가를 날렸다.

    주먹인 줄 알았다. 볼 위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고, 사람들은 소리를 질렀다.

    “칼에 찔렸다!”

    그는 눈을 돌려 자신을 찌른 남자를 찾았다. 남자는 그 자리에 서서 무표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기준(49·진주시 신안동)씨는 아직도 그 날 아침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그 일로 이마에 칼이 박혔고, 생사의 기로에 섰다.

    “수술을 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 말에 칼을 빼지도 못하고 한 달을 버텼다.

    그의 사연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졸지에 유명인 아닌 유명인이 됐고, 다행히 그의 사연을 접한 한 의사가 수술을 하겠다고 나섰다.

    4월 17일, 사건 50일 만에 이마의 칼날을 빼는 데 성공했다.

    그에 대한 기사는 여기까지다. 이마에 칼이 박혔고, 이를 빼면 죽을 정도로 위험했는데, 과연 그는 수술 후 잘 살고 있을까.

    진주시 신안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기자를 만난 그는 “목숨은 건졌지만 사는 일이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천운이라고 생각했다. 칼에 찔린 채 아무 방법 없이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미디어의 힘으로 무료로 수술까지 받게 됐고, 여러가지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마웠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기엔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그의 왼쪽 얼굴 일부는 마비가 됐고, 일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몸이 좀 회복된 뒤, 일을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전화를 했죠. 사람들이 안 써준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내 사정을 아니깐 괜히 일 시켰다가 아플까봐 꺼리는 거죠. 사실 예전처럼 힘쓰는 일은 이제 못 하고요.”

    그는 아내와 대학생 아들 그리고 장애가 있는 딸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그는 “돈을 못 버는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숙였다. 찰나의 순간이 그에게 가져다 준 상흔은 너무 컸다.

    그는 가해자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당시 뉴스에는 ‘가해자의 현장 이탈을 고자질해서 앙심을 품었다’고 났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5년째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을 했지만 그를 본 것은 두번이 전부고, 그에 대해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해자 A(34)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고,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 사건에 대한 보상은 창원지방검찰청 피해자 구조심의회를 통해 장해 구조금 592만원을 지급 받은 것이 전부다.

    이제 그의 가족은 차상위계층이 됐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인 진주 등불에서 지난해 11월까지 생계비를 도와줬지만 그마저도 끊겼다. 요즘은 아내가 활동보조 일을 하며 돈을 벌지만, 네 식구가 먹고 살기에는 빠듯하다.

    “제가 지금 입도 못 벌리고, 말도 어눌하고, 얼굴 곳곳에 통증이 있는데 장애인 혜택은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장애인으로 인정되면 취직 길이 있는데 말이죠. 딸아이가 가장 걱정돼요. 저에게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고…. 빨리 취직하고 싶어요. 기자양반, 산다는게 장난이 아니잖아요.”

    글·사진=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박기준씨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 055-261-6021 또는 010-4198-1519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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