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유족, 누나 찾아 5개 병원 돌아다녔는데…
- 기사입력 : 2018-01-26 20: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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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다른 병원에 이송됐나 싶어 이 병원 저 병원 4~5곳이나 왔다갔다 돌아다녔는데...”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몇몇 사망자들이 안치된 밀양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 김모(42)씨는 누나를 찾기 위해 분주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의 누나(51)는 이날 불이 난 세종병원의 2층 책임간호사였다. 2층은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곳으로 파악되는 곳이다.
김씨의 누나는 평소처럼 7시가 조금 넘어 출근했고, 이후 병원에서 어머니와 통화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면서 연락이 두절됐다. 아침 출근길에 연락을 받고 화재현장을 찾은 김씨는 누나를 찾지 못해 인근 밀양윤병원, 나노병원 등 인근 4~5곳의 병원을 헤맸다고 전했다.
그런 김씨가 뒤늦게 연락을 받고 누나를 처음 발견한 장소는 세종병원에서 약 30m 정도 떨어진 맞은편 노인회관이었다. 코에 그을음이 가득했던 누나는 허리에 화상을 입고 손바닥에 생채기가 난 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는 그런 누나를 구급대원이나 의료진 없이 소방당국이 방치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김씨는 “위중해 보이는 누나를 어서 이송해달라고 울고불고 소리 친 후에야 누나를 밀양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며 “왜 노인회관으로 누나를 옮겼고, 옮겨놓고 왜 구급차로 바로 이송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 최소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이라도 했다면 누나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누나가 밀양병원으로 옮겨지기까지 살아 있었고, 30여 분 간 심폐소생을 받다가 10시 49분께 사망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2남4녀 중 막내인 김씨는 9살 터울의 누나가 어머니와 같았다고 했다. 김씨의 누나는 일찍이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간호사가 됐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홀로 모셔왔다.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부터는 어머니와 단둘이 지냈다.김씨는 “아무래도 어머님이 가장 슬퍼하신다”며 “누나는 동생들한테도 자상하고, 늘 잘 챙겨주는 모습을 봤을 때 환자들을 혼자 두고 도망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이 난 줄 알았으면 빨리 대피를 하지...”라고 한탄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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