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을 둘 수 있다기에 세종병원을 택했는데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입니다”
세종병원 3층에 있다 화마에 휩싸여 생사를 달리한 이옥순(77·여) 할머니의 조카 박모(58·창원시 진해구)씨는 김해시 진영읍 진영전문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나 “세종병원에 입원시킨 게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라며 운을 뗐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27일 오전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 할머니는 지난 16일 세종병원에 입원했다. 이틀 전인 14일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고 뇌출혈로 부산의 대형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박모씨는 이모의 집이 밀양시 내이동이라 가깝고 편리한 시내 병원을 찾아 다녔다.
다른 병원에 비해 시설은 열악하지만 간병인을 둘 수 있고 특히 의사가 믿음이 가 결국 세종병원을 선택했다. 이 할머니는 화재 3일 전 세종병원 303호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병실에는 이 할머니를 포함해 3명의 중증환자들이 있다. 환자들은 모두 자력으로 거동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박씨는 “이모 덩치가 상당히 크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연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가셨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찢어진다”며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들은 화재 소식을 접한 후 부랴부랴 병원 8군데를 샅샅이 뒤졌지만 이 할머니를 찾지 못했다.
유족들은 화재 6시간이 지난 26일 1시께 이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무작정 통보받았다. 이 할머니의 시신은 밀양의 장례식장이 가득 차 있는 탓에 인근 진영전문장례식장에 옮겨졌다. 이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하게 보내드리고 싶어 부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박씨는 “일찍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밀양 장례식장으로 배치됐고 늦은 사람들은 밀양과 청도로 보내졌다”며 “일대일 장례 등을 지원해준다 해놓고 아무 소식도 없는 것에 더욱 화가 난다”며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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