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가까스로 탈출한 아버지, 구조활동 나선 아들
수초 차이로 화마에 휩싸일뻔한 아버지아버지 걱정돼 병원 찾은 아들 구조활동 나서
- 기사입력 : 2018-01-27 13: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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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급하게 ‘도와주실 수 있는 분 나와주세요’라고 외쳤다. 이런저런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현장으로 뛰어갔다.”
지난 26일 오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당시 많은 밀양 시민들은 소방당국의 인명구조 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이날 밀양윤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김태생(41)씨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구조활동에 나선 김씨가 밀양윤병원 응급실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 안대훈 기자/
밀양시 삼랑진읍에 위치한 담배필터 제조업체 (주)태영산업에 근무하는 김씨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한 이날 오전 회사의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었다. 김씨는 버스 안에서 동료직원들이 김씨의 아버지(67)가 입원한 세종병원에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김씨 아버지는 화재발생 이틀 전 전등을 갈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왼쪽 손목을 크게 다쳐 병원 2층에 입원한 상태였다. 곧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질 않았다. 김씨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고, 해당 병원에 할머니와 어머니가 입원해 있던 다른 직원과 함께 화재 현장을 찾았다.
김씨는 구조자들이 임시로 대기하고 있던 세종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어 보였지만, 소방대원이 설치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아버지는 탈출하자마자 구조를 기다리던 장소가 불길에 휩싸이는 등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안심하고 있던 김씨는 장례식장에서 ‘도와주실 수 있는 분 없나요? 나와서 도와주세요’라는 간곡한 요청을 듣게 됐다. 이 같은 응답에 김씨를 포함한 다수의 시민들이 구조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김씨는 소방대원과 함께 병원 뒤쪽 비상계단을 걸어 올라가, 소방대원들이 5·6층 병동에서 구조해 온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들을 직접 업고 내려왔다.
김씨는 “워낙 급박한 상황인데, 처음에는 구조인력이 모자라 보였다. 저는 그래도 젊으니까 바로 뛰쳐나갔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다”며 “TV에서만 보던 큰 화재에다가 연기를 마시니 목도 아파 겁이 났지만, 구조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아버지 같기도 하고 현장이 아비규환이어서 (구조에) 참여 안 할 수가 없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글·사진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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