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화재 참사에서 아내 잃은 남편의 절규
“살려달라 소리 마지막이 될 줄은...”“병원구조 누구보다 잘 알텐데, 왜 빨리 안빠져나왔나”
- 기사입력 : 2018-01-27 17: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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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원망스럽습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아내를 잃은 이모(37)씨는 아직도 “살려달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화재 사고로 숨진 사망자가 대부분 60~90대 고령인 가운데 사고순간까지 환자를 돌보다 죽은 그의 아내 김라희(37)씨의 사연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내는 이 병원에서 6년째 간호 조무사로 일하고 있었다.
27일 밀양의 한 장례식장에서 세종병원 화재로 숨진 김라희씨의 남편 이모(37)씨가 영정을 보며 흐느끼고 있다./김용훈 기자/
사고가 있던 26일 오전 7시 30분께 이씨는 아내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출근 준비를 하던 이씨는 전화너머로 “살려달라”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무언가 큰 사고가 있음을 직감했다. 아내로부터 2차례 수초간 전화가 걸려왔고 이후 통화가 되지 않자 이씨는 옷을 걸치는 둥 마는 둥 병원으로 뛰어갔다.
이씨는 “매우 쉰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치는 아내의 목소리는 자신을 살려달라는 것인지 환자들을 살려달라는 것인지 매우 절박한 외침이었다”며 “그 목소리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지금도 귓가에서 멤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이씨의 집까지는 약 500m, 그는 전력을 다해 병원으로 뛰어가 아내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다. 병원은 이미 자욱한 연기로 휩싸였고 그는 2시간여 동안 병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아내를 마주했다.
“아내가 원망스러워요. 왜 빨리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누구보다 병원 건물 구조를 잘 알텐데... 조금만 더 판단을 다르게 했다면...”
사고 현장에는 빈 소화기 통이 여기저기 발견됐다. 그의 아내 김라희씨는 세종병원에서 6년째 근무로 대피로 등 건물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씨는 간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근 대학에 원서를 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이씨는 지난 2011년 2월께 김씨와 결혼했다. 인천 출신인 김씨는 이씨만 바라보고 밀양으로 내려와 간호조무사 자격을 따자마자 세종병원에서 일해왔다. 동갑내기인 둘은 무일푼으로 시작해 힘겨운 맞벌이 생활을 견디며 최근에는 자녀계획도 세워둔 터였다.
이씨는 “간호 일이 돈을 벌기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며 아내는 평소에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만 바라보고 왔는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아픈사람이 가는 병원이 어느 시설보다 안전해야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왔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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