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갈 곳 없는 장애아동… 깊어지는 학대 상처

[장애아동 전문 돌봄시설 부족]
학대 논란 시설 운영정지 예고에
일부 학부모 “보낼 곳 없다” 반대

  • 기사입력 : 2023-05-17 20:25:22
  •   
  • 새로운 환경 적응도 쉽지 않아

    도내 장애아 전문어린이집 20곳뿐

    전문 프로그램 있어 선호하지만

    10개 시군엔 0곳… 지역편차 심해

    아동학대가 발생한 진주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 대해 행정당국이 운영 정지 행정처분을 예고하자 일부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아이를 보낼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족한 장애 아동 돌봄 시설로 학대당한 아동들의 상처만 깊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진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아동학대 행위가 적발된 A어린이집에 대해 ‘6개월 운영 정지’ 사전 통지를 내린 상태로, 현재 행정절차법에 따라 세부적인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시는 어린이집 운영 정지 처분을 내리기 전에 재원 아동에 대한 전원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아동학대 피해를 입은 일부 학부모들을 포함한 대부분 학부모가 A어린이집에 대한 운영 정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학대를 당한 15명의 아동 중 8명이 여전히 A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주시 아동보육과 관계자는 “현재 A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 대부분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A어린이집이 발달장애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여기에 장애 아동의 특성상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라 학부모들의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학대 아동 사진./피해 학부모 제공/
    학대 아동 사진./피해 학부모 제공/
    학대 아동 사진./피해 학부모 제공/
    학대 아동 사진./피해 학부모 제공/

    시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학부모들과 두 번의 간담회를 갖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지난 4월 실시된 의견조사에서는 학부모들 전원이 어린이집 운영 정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는 법적 범위 내에서 적용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장애 아동 학부모들은 자녀의 보육과 치료에 유리한 장애아 전문어린이집이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피해 아동 학부모인 오모씨는 “장애아 전문어린이집의 경우 장애 유형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전문 치료사가 상주하고 있어서 아이들의 운동 감각과 언어 치료 등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지역에 장애 전문어린이집이 몇 개 없다 보니 이동 거리가 멀고 여러 문제가 발생해도 섣불리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기 힘들다”고 전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도내 장애 아동 어린이집(전문·통합어린이집)은 총 61개소다. 이 중 ‘장애 아동 전문어린이집’이 20개소, ‘장애 통합 어린이집’은 41개소로 최대 정원은 각 900명과 650명이다. 현원은 각 573명, 233명으로 장애 아동 전문어린이집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교사가 투입되는 점은 같지만, 전문어린이집은 아동 9명당 치료사 1명에 대한 인건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장애 아동 치료와 교정 등에 유리하다. 그러나 전문어린이집의 경우 지역별 편차가 크다. 창원과 김해에는 전문어린이집이 각 6개소와 4개소가 있지만, 거제·양산에 2개소, 통영·사천·함안은 1개소만 운영 중이다. 진주에도 학대가 발생한 A어린이집을 포함한 3개소가 있다. 반면, 나머지 10개 지자체는 전문어린이집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창의 경우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만 12세까지 장애 아동이 65명으로 군 단위 지자체 중 가장 많지만, 전문어린이집과 통합어린이집이 마련돼 있지 않다.

    송정문 경남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보통 비장애 아동들이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은 많지만, 장애 아동 전문어린이집은 지역에 몇 개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원 중이던 어린이집이 문을 닫게 되면 장애 아동이 당장에 갈 곳이 사라지게 되고, 갈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애 아동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현·어태희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김영현,어태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