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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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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신고 대신 침묵’

진주 장애아동 어린이집 학대
원장 등 종사자 17명 중 8명 가담
학대 사례 510여건… 신고는 0건

  • 기사입력 : 2023-05-17 20: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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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신고율 1.3%

    “신분 노출 두려워 신고하기 꺼려”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법으로 정한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 특히 시설 종사자들의 신고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진주 장애아 전담어린이집 아동학대 사례에서도 보육교사 등 종사자 절반이 학대에 가담했지만, 학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원장 등 나머지 종사자 절반은 침묵했고 학부모의 신고가 있은 후에야 학대 사실이 알려졌다.

    17일 경찰과 진주시에 따르면, 이번 아동학대는 아동의 몸에 상처가 난 것을 확인하고 이를 이상히 여긴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어린이집 CCTV를 압수하고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아동학대 장면을 분석했고, 경찰이 확인한 80여일간의 학대 사례만 510여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학대 사례가 많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20대 A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원장과 조리원, 보육교사 2명, 법인 등 총 9명을 입건했다. 진주시는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운영정지 행정처분을 집행하고 해당 보육교사와 관리 책임이 있는 원장은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정부는 특례법에 따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아동복지시설, 종합병원 등 5개 시설 24개 직군 종사자들을 신고의무자로 지정하고 있다. 이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의심이 가는 경우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신고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전국의 아동 학대 판단건수는 5만2083건으로 이 가운데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2만3372건(44.9%)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복지 전담 공무원·아동보호전문기관장 등이 신고 의무자로 2020년부터 신규 지정되면서 지난 2017년보다 신고율이 16%p 이상 증가했지만, 정작 가정 밖에서 아동을 가장 먼저 살피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 신고는 702건(1.3%)으로 여전히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이번 장애아동 어린이집 학대 사례에서도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법으로 정한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들은 신고 대신 침묵을 택했다. 경찰과 시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 종사자는 총 17명으로 이 가운데 입건자인 8명이 당시 원생 40명 중 15명에게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 의무자이자 관리 책임자인 원장과 학대에 가담하지 않은 교사 등 나머지 9명은 ‘제 식구’인 이들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도내 한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는 17일 “15명이 아동학대를 지속해서 당한 것으로 수사 결과에서 나타났는데, 학대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고 해서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종사자들이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며 “학대를 조기에 발견해야 중대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데, 종사자들이 학대 흔적이 발견되거나 의심되더라도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 이를 신고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게 돼 두려움을 느껴 신고를 꺼리는 게 여전한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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