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1월 29일 (수)
전체메뉴

[경남비경 100선] (31) 함안군 법수면 대평늪

바쁜 일상의 뒤켠, 시간이 멈춘 듯한 생명의 터전
적막한 기쁨 맛보고 싶은 날
태고의 신비 가득한 늪으로 가자

  • 기사입력 : 2013-09-12 11:00:00
  •   
  • 함안군 법수면 대송리 대평늪. 끝없이 펼쳐진 늪지식물이 장관이다.
    대평늪 탐방로
    법수면 우거리 질날늪


    경남에는 소개할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명산 고찰, 해안 절경, 숨은 계곡이 즐비하다. 경남의 비경팀은 이번 주에 독자들을 조금 특별한 곳으로 안내한다. 생명체의 보고로 불리는 늪을 찾아 떠났다. 추석연휴 아이들 손잡고 생태 체험 기회로 삼아 보자.

    경남의 한가운데인 함안군. 함안은 자연늪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을 가진 늪이 무려 55개나 되고, 1~2년만 물을 담으면 늪으로 살아나는 지역도 많다고 한다. 법수면은 예로부터 늪지가 발달한 곳이지만 많은 늪지가 농경지로 사라지고 현재는 대평늪, 질날늪, 매곡늪 세 곳이 보전되고 있다.

    함안군 법수면 대송리 늪지식물은 천연기념물 제346호다. 취재를 떠난 지난달 30일, 대평늪에 도착하니 하필 비가 오락가락한다. 지난봄에만 해도 늪의 가장자리를 빼고 거의 물이 차 있어 저수지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늪지식물이 왕성하게 자리 잡아 완전히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태고의 신비, 늪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했다.

    날씨 때문인지 다른 탐방객은 없었다. 산책로를 따라 늪을 둘러봤다. 끝없이 펼쳐진 늪지식물이 장관이다. 늪 가장자리는 버드나무·줄·창포·부들이 뿌리를 내렸고, 안쪽에는 개구리밥·자라풀·물옥잠·애기마름·마름 등이 자리를 잡았다. 탐방로를 따라 송이고랭이 군락, 갈대 군락, 부들 군락, 마름 군락을 감상할 수 있다.

    데크 가까이 식물들은 황록색을 띠지만, 늪 가운데로 갈수록 녹갈색으로 짙어진다. 백로와 흰뺨검둥오리들이 여기저기 늪 위를 거닐다가 인기척에 저 멀리 달아난다.

    간간이 황소개구리가 우리를 맞는다.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블루길은 생태계 보전을 위해 절대로 놓아주지 말자는 경고문이 눈에 띈다.

    키 큰 갈대군락을 넘어 마름이 빼곡히 뒤덮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기자는 어릴 적 하천에서 마름을 걷어다 그 열매를 따내 까먹기도 했다. 손톱보다 작은 마름열매를 깨물면 하얀 덩어리가 나온다. 특별히 맛이 있어서라기보다, 그냥 씹는 맛에 먹었던 것 같다.

    대평늪은 창녕 우포늪의 웅장함과 광활함에는 비할 수는 없지만, 작지만 야물다는 느낌이다. 우포늪만큼 알려져 있지 않아 번잡스럽지도 않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신비감. 온갖 습지식물로 위장하고 있는 저 늪 속에는 뭐가 있을까. 생명체의 원천이 이방인의 방문을 궁금해 하며 쳐다보고 있을까. 날씨가 흐려 그런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대송리 늪지의 지정면적은 3만8160㎡로 지난 1984년 11월 1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늪지는 10만3979㎡인데 논밭으로 개간되면서 6만여㎡ 정도가 늪으로 남아 있다. 이곳 늪지는 남강을 끼고 발달했으며, 물의 깊이는 1.5~2m이다. 늪지와 늪지식물들이 매립으로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데, 이곳은 광주 안 씨 집안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남게 됐다. 풍수지리에 따라 후손의 번창을 위해 늪지대를 보전했다고 한다. 늪 수량을 일정하게 지켜주려고 보를 만들었다.

    생태조사에서 늪지식물로 보풀, 자라풀, 줄풀, 세모고랭이, 창포, 개구리밥, 물옥잠, 골풀, 나도미꾸리낚시, 애기마름, 마름, 가시연꽃, 붕어마름, 털개구리미나리, 노랑어리연꽃, 통발, 뚜껑덩굴 등과 식물성 플랑크톤인 먼지말류와 돌말류가 발견됐다.

    늪지에는 데크 일부와 주차장, 쉼터 등이 마련돼 있으나, 습지식물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부족하다. 자녀들과 함께 미리 인터넷 등을 통해 습지식물을 챙겨보고 가면 도움이 되겠다.

    대평늪은 우리나라에서 늪지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유일한 곳이다. 늪지식물 연구에 중요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늪지를 보호해 온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수생식물은 특수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이므로 환경보호를 소홀히 할 경우 사라져 버리기 쉬워 보전에 각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함안군은 오는 10월 말까지 탐방로와 관찰로 등 주변 정비공사를 한다.

    우리는 인근 질날늪으로 향했다. 대평늪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법수면 우거리에 있다. 질날늪은 면적 17만7418㎡로, 함안 천제봉에서 발원한 하천을 주류로 하고 있다. 질날늪은 대평늪과 쌍둥이라 할 만하다. 버드나무가 늪 가장자리를 에워싸고 있다. 위치가 높은 곳을 찾아 내려다본 질날늪은 풀밭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도 꽉 들어찬 습지식물 때문에 물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늪이 뭍으로 바뀌어가는 육지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낙동강유역청과 함안군이 세워 놓은 안내문에는 가시연꽃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다. 가시연꽃은 7~8월에 가시가 돋은 긴 꽃자루 끝에 1개의 자줏빛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는 경기·경북·전남·충남 등지에 자라고 있으나, 매립과 수질오염, 뿌리줄기 식용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적혀 있다. 환경부는 가시연꽃을 야생 동·식물보호법에 따라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궂은 날씨에 가시연꽃은 찾지 못하고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글= 이학수 기자·사진=성승건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학수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