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공간 (31) 남해바래길 작은미술관몸 돌보던 보건소, 마음 보듬는 미술관 되다
미술관 가는 길이 참 아름답다. 햇살에 반짝이는 남해 겨울바다의 은빛 물결은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웅장한 위용의 남해대교와 꼬불꼬불 이어진 산길은 정겨움을 더한다. 소박한 마을 풍경과 이어진 돌담길은 아련한 추억을 더듬게 하고 푸르름을 더하는 남해 별미 시금치와 마늘은 한 겨울의 맹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초록을 내뿜는다.
‘이런 멋진 풍경이라면 나도 화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혼잣말을 되뇌며 찾은 남해군 남면 평산리 ‘바래길 작은미술관’.
남해바래길 작은미술관 내부 모습. ...이준희 기자 2019-01-18 07: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30) 마산 꽃네수예점한 땀 한 땀 바느질로 50년 세월 뜨고 엮은 곳
12월이 되자 어김없이 날씨예보에 ‘한파’ ‘칼바람’ ‘최저기온’ ‘첫눈’이 등장하더니 제법 겨울다운 날씨가 이어진다. 싸늘해진 공기가 닿지 않는 가장 안전한 이불 속에서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시간이 늘었다. 최대한 여유 부릴 수 있을 만큼 늦장 부리다 겨우 외출에 나서면 맵싸한 바람에 절로 옷을 단단히 여미고 추스르게 된다. 겨울이야말로 새삼 한 겹 덧입은 옷의 고마움을 느끼는 계절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꽃네수예점 김순점(왼쪽) 대표가 수예점을 찾은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정민주 기자 2018-12-20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9) 사천 1호 ‘리 미술관’문화 불모지서 지역민 예술 꿈 키우는 ‘교육의 장’
사천시 사천읍 옛 사천읍사무소로 이전한 ‘리 미술관’.
▲용현면에 문을 연 사천 1호 ‘리 미술관’
만추(晩秋)의 풍요로움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추수를 끝낸 가을 들녘은 호젓함이 감돌고, 저수지와 어우러진 파란 가을 하늘과 노랗게 물든 단풍잎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가을의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시골길을 따라 찾은 곳은 2015년 7월 개관해 다양한 전시와 교육 등으로 3년 동안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받은 사천의 1호 미술관 ‘리’가 있었던 사천시 용현면 신촌리.
햇살에 반짝...이준희 기자 2018-11-16 07: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8) 하동 매암차박물관근현대사 아픔 닦고 전통 차문화를 덖다
팔도강산이 울긋불긋 단풍옷을 입는 이 계절에도 하동은 여전히 싱그럽다. 천년 세월을 지켜온 차나무들로 골짜기마다 빼곡하게 초록 물결이 일렁이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차 시배지인 하동은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섬진강의 깨끗한 물을 품은 지리적 특성상 차나무가 잘 자라는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 덕에 1200년 전 신라 흥덕왕 때 중국에서 가져와 심은 차 씨앗들이 뿌리를 내려 지금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지리산에 기댄 마을과 사찰 곳곳에 다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하동지역에만 300개가 넘는 다원에서 차를 ...정민주 기자 2018-10-18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7) 밀양 수산국수바람에 춤추는 최고집 면발 … 3대째 이어온 고유의 그맛
우윳빛의 하얀 면발이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춘다. 브람스의 자장가 선율처럼 선풍기 바람소리에 맞춰 흔들거리는 국수 면발은 마치 봄을 깨운 수양버들 가지처럼 하늘거린다. 꼬챙이에 걸려 일렬로 곱게 늘어선 모습은 하얀 실타래가 실패에 감긴 것처럼 단정하고 단아하다. 햇살이 좋은 초가을 날씨에는 4~5일 후면 맛좋은 수산국수로 새롭게 태어나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할 것이다.
밀양시 하남읍 ‘수산국수’. 70년 가까이 전통 옛날 국수의 맛을 고집하는 최씨 일가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이준희 기자 2018-09-21 07: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6) 진해 김씨박물관·소사주막시간이 멈춘 ‘근대사의 보물창고’한걸음 내딛는 순간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낡아서 칠이 벗겨진 간판이 어린 시절 옛날 동네의 기억을 불러온다. ‘부산라듸오’ 간판 아래 희뿌연 유리창 너머에는 각진 구형 라디오들이, 샛노란 ‘藝術寫眞館(예술사진관)’ 간판 아래는 빛바랜 사진과 오래된 카메라들이 옹기종기 진열돼 있다. 길모퉁이를 돌면 ‘김씨박물관’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만난다.
창원시 진해구 소사동 ‘김씨박물관’ 전경. /성승건 기자/
진해 소사마을 입구에 있는 김씨박물관은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개인박물관이다. 새빨간 우체통이...김세정 기자 2018-06-21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5) 동네서점 ‘진주문고’회원10만명 보유… 지역을 위한, 지역민에 의한 30여년 ‘문화 보급소’책은 방대하고 정교한 지식창고이자 풍요로운 마음의 안식을 주는 매체다. 책을 읽으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다름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거창한 이유를 차치하고도 책은 읽는 즐거움 하나로 동서고금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책과 책방의 입지는 예전만 못하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일 만큼 큰 글씨로 ‘책’이라고 써있던 책방은 작정하고 찾지 않아도 동네마다 만날 수 있는 흔한 가게였다. 그 영광을 뒤로하고 책방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쇼핑의 디지털 습격 탓에 그 수가 현저히 줄었고, 책 역시 영화, TV 등 ‘영상의 시대’에...정민주 기자 2018-05-31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4) 사천 ‘cafe 정미소’쌀 가득했던 정미소에 문화가 가득찼다양철 바람개비는 살랑이는 바람에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녹슨 드럼통을 공중에 매달아 ‘cafe 정미소’라고 간판을 내건 모습도 이색적이다. 마당 곳곳에는 정미소를 리모델링하면서 나온 폐기계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출입문 손잡이도 색깔이 바랜 양구스패너로 대체해 이채롭다.
사천시 송포동 남양정미소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한 ‘카페 정미소’.
1953년 세워져 나락(벼)을 도정하던 남양정미소는 2016년 6월 문을 닫기 전까지 63년 동안 우리네 삶과 함께한 후 세련되게 단장해 ‘카페 정미소’로 탈바꿈...이준희 기자 2018-05-17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3) 마산 ‘향도이용원’46년째 깎고 다듬는 동네 사랑방가게 문을 통째로 덮은 쨍한 연두색 시트지 위에는 커다랗게 정자체로 ‘이발’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입구에 드리워진 흰색 발을 걷고 들어가면 줄지어 늘어선 고풍스러운 짙은 밤색의 이발소 전용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 가게 안에는 나이 지긋한 주인 이발사의 사각거리는 가위 소리가 경쾌하다.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있는 ‘향도이용원’의 풍경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의 향도이용원./김승권 기자/
자그마한 이발소는 대로변에 줄지어 선 많은 가게들 속에서 특별히 눈에 띄진 않지만 알고 보면 같은 자리...김세정 기자 2018-05-03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2) 마산 LP카페 '해거름'턴테이블이 돌면 추억도 음악이 된다최근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옛 추억을 향유하고 아날로그 감성으로 충만한 복고 코드가 대중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당시 유행한 가수를 소환하는 TV 예능프로그램과 7080콘서트 공연, LP판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가수들이 생겨났다. 덩달아 LP카페, 음악다방, 음악감상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서울, 대구 등 대도시에서는 DJ가 음악을 틀어주는 음악다방, LP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LP가 성행하던 1980년대 당시 경남에서도 LP카페, 레코드 가게의 인기는 대단했다. 경기 부흥 덕에 창동엔 건물마다 책방과 다방, ...정민주 기자 2018-04-19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1) 통영 ‘하동집’소설 ‘김약국의 딸들’ 배경봄 햇살이 따스한 어느 날, 골목길의 파란 나비를 따라 살며시 찾아간 통영 ‘하동집’은 아늑하고 호젓한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채 멈춰서 있다.통영 서피랑의 박경리 문학 동네 한편에 자리한 ‘하동집’은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고향집을 찾아가는 길 같다. 삐죽빼죽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좁은 골목길은 어릴 적 동무들과 숨바꼭질하며 놀던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가는 길에 골목길 담벼락 곳곳에 새겨진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어록과 작품 글은 골목길을 걷는 재미를 더하고, 선생의 삶의 향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이준희 기자 2018-04-05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20) 마산 추산테크(구 추산공업사)40년 쉼 없는 두드림 … 기술은 예술이 된다때는 1980년대 초. 마산 추산동 포교당(마산중앙포교당) 정법사 옆에 ‘추산공업사’라는 간판을 단 조그마한 공업사가 있었다. 1970년대 초에 문을 연, 주로 주택의 철제 대문과 빵 굽는 가마를 만드는 곳이었다. 활짝 열린 가게문 너머로는 늘상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망치질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프랑스에서 귀국해 고향 마산에 정착한 조각가 문신은 어느 날 자신의 작업실(현 문신미술관) 근처를 지나던 도중 포교당 갈림길 바로 옆에 위치한 이 조그만 공업사를 발견했다. 그 후로 공업사를 지날 때마다 주인의 망치질을 유심...김세정 기자 2018-03-15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19) 마산 성요셉 성당믿음으로 쌓아 올려 안식과 위로를 구하다“어릴 땐 성요셉 성당을 ‘돌 성당’이라고 불렀어요. 그 당시만 해도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돌 성당 종탑에서 종을 치면 중리까지 그 소리가 들렸다고 해요. 시계가 귀할 때니 종소리로 새벽이 왔구나 했죠.”1945년 유아세례를 받은 후 지금까지 완월 성당을 다니는 윤영환씨(74)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으며 성요셉 성당을 회고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지여고 내 마산 성요셉 성당./성승건 기자/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성요셉 성당(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10여 년 전인...정민주 기자 2018-02-01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18) 진해 ‘새 수양회관’화려함 사라진 공간엔 사람 사는 냄새 가득했다색 바랜 나무창틀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빨간 육각 지붕 아래 2층 처마는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듯 허술해 보이지만 기품을 갖춘 그 형태가 예사롭지 않다. 창원시 진해구 벚꽃로 17 ‘새 수양회관’. 일명 ‘뾰족집’으로 불리는 새 수양회관 건물에 관한 이야기다. 세월의 흐름만큼 삶의 애환도 곳곳에 배어 있는 새 수양회관 건물은 현재는 진해의 명소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1920년대 건축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최신식 러시아풍의 3층 목조건물이었다. 일본군 군...이준희 기자 2018-01-16 22:00:00
이야기가 있는 공간 (16) 마산 지하련 주택근대 여류 소설가, 뜨거운 문학 꿈 꽃피웠던 곳지난 2015년 6월, 여느 때처럼 야구경기가 한창이던 마산구장의 주심은 경기 중단을 선언했다. 인근 화재로 연기가 야구장을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화재는 30분 만에 진화돼 경기는 속개됐다. 마산소방서는 거주자인 87세 할머니가 모깃불을 피우고 버린 재에서 남은 불씨가 되살아나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날 뻔한 이 이야기를 야구장이 아닌 불이 난 주택으로 포커스를 옮겨 보니 숨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있는 소설가 지하련 주택. 2년 전 화재가 난 후 방치돼 있다. 용...정민주 기자 2017-12-15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