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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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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유한숙 씨 음독 원인 경찰 발표에 유족 분노

  • 기사입력 : 2013-12-08 19: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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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일 음독해 6일 사망한 밀양 765kV 송전탑 인근 주민 유한숙(71) 씨의 유족들이 8일 오전 10시 30분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음독 원인과 경찰 수사발표에 대해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음독해 6일 숨진 765㎸ 송전탑 경과지 인근 주민 유한숙(71) 씨의 음독원인을 놓고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경찰이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8일 유족들이 입장을 밝혔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서 “경찰이 아버지의 음독 원인에 대해 송전탑에 관한 내용은 빼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며 사실을 왜곡해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 “아버지의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죄를 물어 사과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며 “송전탑 반대 대책위와 협의해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따로 분향소를 마련하고 장례는 미루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장남인 유모(45) 씨는 “경찰이 발표한 아버지의 음독 사망 관련 수사결과에서 입원 당시 음독원인에 대해 ‘765kV 때문이다’고 말한 것은 왜 뺐는지 의문스럽다”며 “가장 중요한 아버지의 진술은 쏙 뺀채 유족 진술 중 지엽적인 부분만을 짜깁기해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음독 직후의 녹음자료 공개 검토에 대해 “아버지가 ‘765kV 때문이다’고 말한 녹취를 공개하라”고 말했다.

    또 고인이 음독하기 직전인 지난 2일 오후 8시 50분께 상황에 대해서도 “당시 밀양 장날이라 어머니를 모시고 김장 재료를 사 집에 오니 술을 드신 아버지가 ‘왜 미리 안사느냐’고 역정을 낸 것이 전부다”며 “화통한 성격의 아버지가 큰 소리를 가끔 내시긴 하지만 부모님 금슬도 좋고 가정내 불화는 없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에서 고인이 500여 두의 돼지를 기르며 가격도 하락하고 시설 처분이 안돼 고민해왔다는 것에 대해 유 씨는 “경찰 발표와 달리 음독 당시 돼지 시세는 좋았다”며 “양돈에 문제가 없음에도 축사가 처분되지 않아 고민한 것은 결국 송전탑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고인의 딸(42)은 “지난 11월 한전에서 사람이 찾아와 집이 송전탑과 가까이 있지만 이주대상은 아니라는 말을 듣고 아버지가 이사를 해야 하는데 집이 안팔릴 것 같다며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7일 밀양경찰서는 ‘주민 음독 사망 관련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통해 ‘음독 원인에 대해 유족 진술 등을 볼 때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음독 현장에서 고인이 송전탑 때문에 죽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가족이 최초 진술했고, 당일 소주를 3병 이상 마셨으며 돼지값도 하락하고 축사도 잘 처분되지 않아 고민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발인 예정이던 8일 장례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으며, 반대 대책위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밀양시 삼문동 영남루 맞은 편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유 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 50분께 밀양시 상동면 소재 송전탑 경과지 인근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지난 6일 새벽 3시 50분께 사망했다.

    원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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