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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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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288) 제5화 불을 좋아하는 여자 38

“저 기억나세요?”

  • 기사입력 : 2014-02-2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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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들이 서행하여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니에요. 주방보조도 뽑고… 닭 도축장에도 다녀오고 소스도 만들고 그랬어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럼 일이 재미있다는 거네?”

    “네. 재미있어요. 점장님도 새로 왔고….”

    “다행이야.”

    장대한은 고속도로에 가득한 차량의 행렬을 살폈다.

    “나 오늘 기분 좋아서 그러는데 술 한잔할래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오늘은 안 될 것 같네.”

    “아직 충주에서 못 올라왔어요?”

    “눈이 많이 오고 있어.”

    “미끄러워서 어떻게 해? 위험하지 않아요?”

    “스노타이어라 위험하지는 않아. 내일 다시 통화해.”

    “조심해서 운전해요.”

    박민숙이 살갑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미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다.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눈 때문에 더욱 차들이 밀렸다. 동서울 톨게이트 가까이 이르렀을 때는 차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라디오 교통방송을 틀자 눈 때문에 5중 추돌사고가 나서 차들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젠장 눈이 오는데 사고까지 났으니….’

    장대한은 고속도로에 가득한 차들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리고 담배를 피우는데 전화가 왔다.

    “저 기억나세요?”

    액정에 뜬 전화번호는 처음 보는 것이었고 목소리는 여자였다.

    “누군데요?”

    장대한은 눈살을 찌푸리고 전화를 받았다. 길이 뚫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몇 달 전에 300만 원 빌린 사람인데….”

    장대한은 사무실 계단에서 울고 있던 여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 이름이…?”

    “최미경이에요.”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돈 갚으려고요.”

    “그럼 계좌로 이체하세요.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줄게요.”

    “다는 못 갚아요.”

    “괜찮습니다.”

    “고마워서 저녁이라도 대접하려고 그래요. 저 있는데 오실 수 있어요?”

    “눈이 많이 와서 갈 수 없어요.”

    “어딘데요?”

    최미경이 실망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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